"대부분의 유럽 흡연자들은 '한 달 동안 담배를 끊기보다는 섹스를 포기하는 편이 낫다'고 생각하고 있다"는 외신을 최근 읽었다. 아마 설문조사에 응한 애연가들은 금연의 고통이 금욕의 고통보다 더 심하다고 생각해 이같이 응답한 것으로 판단된다. 그만큼 금연이 어렵다는 얘기다.그러나 여론조사는 설문조사 내용에 따라 얼마든지 결과가 달라진다. 이 조사는 애당초 질문부터 잘못됐다. 아마 금연의 고통을 두드러지게 표현하고 싶어 섹스 운운하는 선정적인 질문을 동원했겠지만 이 설문은 자칫 흡연과 섹스가 전혀 별개의 일인 것처럼 오도할 우려가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흡연과 발기부전은 서로 아주 밀접한 관계가 있다. 담배를 끊지 못하면 한 달간의 시한적 성생활 포기가 아니라 영영 성생활을 할 수 없는 발기부전이 될 수도 있다.
음경동맥이 나이가 들어 동맥경화증이 생기면 발기부전이 되는데, 문제는 흡연이 동맥경화증을 유발하는 가장 큰 요인이라는 데 있다. 실제로 흡연을 하는 사람은 비흡연자보다 발기부전이 될 위험성이 3배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담배를 끊으면 이런 위험도가 감소한다는 보고가 있어 약간 위안은 되지만, 안 피운 것보다는 못하다. 따라서 건강한 성생활을 영위하려면 아예 담배를 피지 않는 것이 가장 좋고 피우고 있다면 가급적 빨리 끊어야 한다. 금연은 결국 자기 의지의 실현이다. 결심했으면 다른 것에 의존하지 말고 '단칼'에 끊는 게 좋다. 최근 금연보조제가 오히려 암을 유발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도 나오지 않았는가!
해가 바뀌자마자 어김없이 금연 열풍이 불고 있다. 얼마 전 TV뉴스에서 호주 암협회의 금연광고를 보았다. 끈적끈적한 니코틴이 폐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화면은 충격적이었다. 싱가포르는 담뱃갑에 폐암 환자의 처참한 폐사진을 인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한다.
우리나라 방송사들도 각종 프로그램을 통해 끊임없이 충격적인 금연 관련 보도를 내보내고 있다. 하지만 솔직히 이런 선정적 방법이 얼마나 효과적일지는 의문이다. 혹시 이런 충격요법이 흡연자들의 '맷집'만 키우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
백 재 승 서울대병원 비뇨기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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