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라이언(68·공화당) 미국 일리노이 주지사가 11일 사형수 167명(4명은 여성) 전원에 대해 종신형 등으로 감형했다.라이언 주지사의 이번 사면은 극히 이례적으로 사형수 전원을 대상으로 했다는 점과 1977년 일리노이주가 사형제를 부활한 이후 최대 규모라는 점에서 미국 교정 역사상 혁명적인 사례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지금까지 한 주의 모든 사형수를 감형한 경우는 오클라호마(1915년), 아칸소(70년), 뉴멕시코주(86년) 등 단 세 차례로 그나마 규모도 모두 합쳐 42명에 불과해 이번 사면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라이언 주지사는 이날 노스웨스턴 대학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사형제도에는 악마와 같은 실수가 붙어다닌다" 며 "무고한 사람이 사형당한다는 의구심을 떨쳐버릴 수 없다"고 사면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특히 실수라는 측면에서 볼 때 일리노이주의 사형제도는 자의적이고 비도덕적이라고 비난했다.
2000년 사형수 13명이 무죄 방면된 사건을 계기로 사형 집행을 유예해 온 그는 주 당국이 사형제도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를 의회에 세 차례나 요구했으나 묵살되자 이번에 주지사 고유 권한인 사면권을 행사했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사안을 사형제도에 대해 반기를 든 상징적인 사건으로서 미국 사형제 전체의 근간을 뒤흔드는 역사적 이정표가 될 수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특히 최근 몇몇 주에서 사형 집행 유예와 사형제 자체의 부당성에 대한 비난이 거세지는 상황이어서 사형제 자체에 관한 뜨거운 논란이 재연될 가능성도 크다.
반향이 큰 만큼 비난의 목소리도 들끓고 있다.
이들 사형수가 혐의를 받고 있는 250여 건의 살인사건 피해자 가족들은 경악과 분노를 금치 못하고 있다. 사형제 옹호론자들은 "사형제도의 역사는 무고한 사람이 사형당할 가능성이 얼마나 적은가를 증명해 준 것일 뿐" 이라며 "무책임한 처사" 라고 분개하고 있다.
이들은 특히 사면이 주지사 퇴임(13일) 불과 이틀 전에 이뤄졌다는 점과 그가 과거 주 국무장관 재임 당시 비리로 연방정부의 조사를 받아 지난해 11월 중간선거 출마가 봉쇄됐던 점 등을 들어 석연치 않다는 시선을 보내고 있다.
로드 블라고예비치(민주당) 주지사 당선자는 라이언의 조치를 "큰 실수" 라고 비난했으며, 주 법무부는 "주지사의 사면령을 취소할 수 있는 법적 대응책을 검토하겠다" 고 밝혔다.
미국은 50개 주 가운데 수도 워싱턴 등 12개 주만이 사형제를 채택하지 않고 있다. 사형제를 재도입한 76년 이후 지금까지 800여 명을 형 집행했으며 이중 텍사스와 버지니아가 전체의 4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94년 80%에 달했던 사형 찬성 여론이 최근 67%로 떨어졌으며, 사형제가 정당하게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보는 의견도 절반 이상으로 늘어나고 있다.
메릴랜드주에서는 최근 20년간 6,000건의 살인사건을 조사한 결과 피해자와 피의자의 피부색이 사형 판결에 중요한 역할을 한 것으로 나타나자 사형 집행을 유예해 왔다.
/황유석기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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