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전국적으로 조금이라도 더 놀려는 아이와 이를 저지하려는 엄마 간의 공방전이 한창이다.매년 여름·겨울마다 벌어지는 이런 모자(母子)간의 '방학전쟁'에 승자는 없다. 단지 아이의 버릇과 엄마의 성질을 버려 놓는 결과만 초래할 뿐이다.
초등학교가 방학에 들어간 지 벌써 보름째. 집집마다 이구동성으로 방학이 차라리 없는 편이 낫겠다고 말한다. 방학이 자녀와 부모 간의 감정의 골만 더 깊어지게 만든다는 것이다.
이런 끝없는 '방학전쟁'의 원인은 단 하나. 자녀와 부모의 방학에 대한 생각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부모, 특히 엄마는 방학을 '보충학습' 기간으로, 아이는 학기 중에 쌓인 '스트레스 해소' 기간으로 생각한다는 게 문제의 발단.
이런 갈등을 합리적으로 해결하고 싶다면 계약서를 쓸 것을 권하고 싶다. 일례로 철수와 엄마는 상의해 다음과 같이 계약서를 작성해 눈에 잘 띄는 곳에 붙여 놓았다. "나 철수는 오늘부터 공부를 1시간 한 뒤 컴퓨터게임을 30분 하겠습니다. 이를 지키면 매번 별 하나를 받고 이렇게 모인 별이 모두 10개가 되면 상을 받을 것입니다. 2003년 1월 13일 김철수·엄마"
계약서를 작성할 때는 아이가 하고 싶은 것과 엄마의 소망 사이에 적절한 합의점을 찾는 것이 중요하며 내용은 가급적 구체적이어야 한다. 구체적인 학업시간과 상벌의 내용 등을 명시하는 것이다. 이렇게 계약서를 써 붙이면 작심삼일을 막을 수 있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엄마는 잔소리꾼이라는 오명을 씻을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아이는 세상 사는 이치를 터득하게 되고 계약이 뭔지, 또 자신을 걸고 한 약속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을 수 있다.
부디 방학이 부모와 자식 간에 치유할 수 없는 상처를 남기는 시간이 아니라, 서로를 이해하고 화해하는 시간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정찬호 정신과전문의·마음누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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