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새낙원'이라고 해서 왔는데 철새 구경은 못하고 찬바람만 맞고 돌아갑니다."12일 휴일을 맞아 경남 마산에서 두 자녀와 함께 탐조학습을 왔다는 김현철(金顯哲·38)씨는 실망감에 칭얼대는 아이들을 달래며 철새 없는 썰렁한 주남저수지를 뒤로했다.
국내 대표적 철새 도래지 경남 창원시 동읍 주남저수지에서 올겨울 철새 보기가 힘들다. 180만평에 달하는 주남저수지에는 1980년대까지만 해도 10월께부터 이듬해 3월까지 천연기념물인 재두루미 등 70여종이 10만∼20만마리씩 찾아 화려한 군무(群舞)를 펼쳤다.
그러나 95년 저수지 인근 군무원아파트 건립, 97년 갈대숲 방화, 98년 버드나무 벌목 등 잇따른 서식환경 파괴에 당국의 무관심까지 겹쳐 매년 철새수가 감소하고 있다.
낙동강유역 환경청이 지난달 철새수를 조사한 결과 고니, 청둥오리 등 36종, 4,058마리가 관측돼 2001년 같은 기간(32종, 1만7,085마리)보다 70%나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철새들이 주남저수지를 외면하는 데는 철새들이 둥지를 틀 무렵 주민들의 어로행위가 주원인으로 분석된다. 조류보호협회 관계자는 "한번 놀란 철새들은 다음 해엔 그 곳을 찾지 않는다"며 "환경부와 창원시도 철새보호를 위해 어로행위 해결이 선행돼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팔짱만 끼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연간 470만원을 받고 주민들에게 수면임대차계약을 내준 농업기반공사 창원지사와 농업기반시설 목적외 사용승인권자인 경남도, 내수면어업허가권자인 창원시는 서로 책임만 떠넘기며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현재 주남저수지에는 '동읍 새마을어업계'주민 20여명이 3년마다 허가를 갱신하며 고기잡이를 계속하고 있다. 어업계장 김산(金山·35)씨는 "어업계원 중 절반은 고기잡이를 생업으로 삼고 있다"며 "당국의 대책마련이 없으면 계속 고기를 잡아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조류보호협회 창원지회장 최종수(崔鍾守·38)씨는 "100억원을 들여 생태학습장과 자연학습관을 건립한다지만 어로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철새 없는 학습장'이 되고 말 것"이라며 당국의 대책마련을 호소했다.
/창원=글·사진 이동렬기자dy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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