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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法曹 가족의식부터 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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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法曹 가족의식부터 깨야

입력
2003.01.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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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삼 정부 시절 시작된 사법개혁 논의는 결실을 맺지 못한 채 흐지부지됐고, 국민의 정부에 들어와서는 논의조차 해보지 못하고 임기가 끝나고 있다. 다행히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를 중심으로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검찰을 포함하여 사법개혁을 과제로 삼은 것은 환영할 일이다.법원과 검찰은 모두 법을 적용하고 집행하는 기관이라는 점에서 우리의 일상생활과 불가분의 관계를 맺고 있다. 그러나 이들 기관은 그동안 국민으로부터 사랑보다는 개혁의 대상으로 지목되고 비판을 받았다는 점에서 안타깝지만 변화가 불가피하다.

무엇이 문제인가. 법무부나 검찰의 정치 지향성과 인권의 보편성에 대한 의식결여에서 비롯되는 문제들은 한 단면에 불과하다. 오히려 국민과 비친화적이고 단절된 법조인의 의식과 관행, 그리고 제도가 문제이다. 즉 법조 사회가 우리의 전반적인 사회발전과 국제수준을 수용하기에는 너무 폐쇄적인 의식 속에 갇혀 현실에 눈을 감으려고 하는 것이다.

이러한 의식의 문제는 제도개혁을 통해 바뀔 수 있는 것인 만큼 새 정부의 법조 개혁은 제도에 초점을 맞추어야 할 것이다. 검찰의 경우 특별검사제나 경찰수사권 독립과 같은, 현재 거론되고 있는 방안들이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는 방법이다. 무엇보다도 현직 검사 일색인 법무부 구조가 바뀌어야 한다. 법무부는 업무 성격상 검사 이외에도 다양한 전문가를 필요로 하는 부처이기 때문이다.

법원도 이제 분쟁을 법 절차를 통하여 해결하려는 국민에게 일반화한 현상을 직시해 이러한 변화를 기능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는 효율적인 장치를 마련하여야 한다. 신속하고 공정한 재판을 통하여 국민들이 법원과 재판을 신뢰하도록 하여야 한다. 전관예우와 같은 구태는 자신들의 자존심을 살리기 위해서라도 벗어 던져야 한다.

변호사들 역시 구태를 벗지 못한다면 앞으로 기업이나 국가경영 자체가 어려워질 정도로 국민에게 폐해를 입힐 것이다. 법률시장 개방이 대세로 박두하였는데도 문고리를 잡으려 안간힘을 쓰는 폐쇄적 사고로는 최소한의 시장조차 지키지 못한다. 국경없는 경제환경에서 법률서비스의 국제화가 얼마나 시급한 일인지를 알지도 못하거나 알고도 모른 체 하는 우리의 변호사들은 결국 자신들 설자리를 잃게 될 것이다.

우리나라 법조인들은 판사와 검사, 변호사를 합하여 소위 '법조 삼륜'으로 자부한다. 법원과 검찰이 분리·독립되어야 하고, 변호사와 판·검사가 대립된 역할을 수행하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한 가족임을 내세우는 것은 자신들의 역할을 이해하지 못했거나 아니면 너무 오래 지속된 법조현실 속에서 굳어진 의식 때문일 것이다. 학연과 지연, 사법시험이나 사법연수원 기수를 중심으로 맺어지는 인연은 잘못된 것이다. 이제 이러한 법조인의 가족의식은 깨어져야 한다.

법조인 선발·양성 역시 시험만이 아니라 교육을 통하여 이루어져야 한다. 법조인의 사회적 역할을 제대로 배우지도 못한 채, 그리고 자신들의 직업윤리가 무엇인지도 모른 채 선배들의 관행을 그대로 추종하는 풋내기 법조인들이 만들어지지 않도록 선진 시스템이 마련되어야 한다. 각 영역간의 역할분담이 이루어져야 한다. 현재와 같이 획일적인 사법연수원에 의해서가 아니라, 법원과 검찰이 각각 고유의 기준에 맞는 교육을 통해 판·검사를 임용해야 하며, 변호사 단체도 그에 걸맞는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 법과대학은 그것이 로(law)스쿨 등 어떤 형태로 운영되든 간에 완성된 판사와 검사, 변호사를 만들어내는 곳이 아니다. 법의 기본원칙과 정신을 교육시킴으로써 장래 스스로를 연마할 수 있는 기초지식을 전수하는 곳일 뿐이다.

새로 출범할 노무현 정부는 폐쇄적 의식과 잘못된 관행에서 벗어날 수 있는 법조시스템과 법조인 양성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이것이야말로 대한민국이 비로소 선진국형 제도국가로 발전하는 첫 걸음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박 상 기 연세대 법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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