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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사태/北 "몰아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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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사태/北 "몰아치기"

입력
2003.01.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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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핵문제를 둘러싼 미국과의 기싸움에서 승리할 것으로 확신하는 듯하다. 1993∼4년 핵 위기 때처럼 선전전과 기습 공격을 되풀이하며 위기를 고조시켜 막판 담판을 노리되, 여차하면 동북아의 지정학적 판도를 뒤바꿀 핵 개발까지 나아갈 수 있는 양수겸장의 승부수다.물론 북한의 당면 목표는 이라크 전에 발목이 묶인 미국을 더욱 급하게 몰아붙여 1994년처럼 협상 테이블에 앉히는 것이다. 미국이 남한의 중재 노력으로 대화 수용 쪽으로 물러설 기미를 보이자마자 10일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를 선언한 것이 이를 반증한다. 11일 미사일 시험발사 재개 위협은 더욱 미국의 의표를 찌른 기습공세였다. 이제는 미국이 중유를 주더라도 NPT에 돌아가지 않겠다는 박길연(朴吉淵) 유엔주재 북한 대사의 11일 언급도 같은 맥락이다.

북한은 배수의 진을 쳤고, 이제 사실상 진로의 속도 조절만 남겨놓고 있다. 미국이 지금처럼 '외면 전술'로 일관한다면, 북한은 핵 재처리시설 가동, 대포동 2호 미사일 시험발사 등 금지선(Red Line)을 넘는 추가 행동에 나설 공산이 크다. 북한은 특히 2월께 예상되는 이라크 전쟁 전에 미국의 태도를 180도 바꾸기 위해 초강수를 연발할 것으로 관측된다.

그렇다고 북한이 마구잡이로 벼랑 끝으로 달려들 것 같지는 않다. 북한은 NPT 탈퇴를 선언하면서도 전력생산이 목적이지 핵 무기를 만들 의사는 없다고 발을 뺐다. 북미 사이의 별도 검증을 통해 증명할 수 있다고도 했다. 이를 두고 미국의 핵개발 계획 포기와 검증 요구를 모두 수용했다는 해석이 나오기까지 했다.

북한은 이미 지난해 10월초 제임스 켈리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에게 핵 카드를 꺼내면서 미국의 제재나 군사적 공격이 여의치 않을 것이라는 전략적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중국과 러시아가 제동을 걸고, 남한이 군사적 방패 역할을 해줄 것이라는 정세 인식이다. 북한은 또 미국의 압력에 일방적으로 당하는 이라크의 무기력한 모습을 보면서 엄청난 위기감을 느꼈고, 일단 갖게 되면 무소불위의 안전을 보장하는 핵 무기의 유혹에 빠졌을 것으로 분석된다.

북한은 11일 1990년대 이후 처음으로 100만 명을 동원해 NPT 탈퇴 지지집회를 갖고 대미 항전 의지를 다졌다. 닥쳐올 위기에 대비해 내부 결속과 충성심을 제고하기 위한 몸부림이다. 북한 언론들은 90년대 후반 수백만 명이 아사한 '고난의 행군'을 재론하기 시작했다.

/이동준기자 dj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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