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 이모(44)씨는 유난히 추위를 타 늘 난방스위치를 올린다. 가족들은 너무 덥다고 불평하지만 정작 본인은 으슬으슬 춥다. 이씨는 전에 없이 부쩍 피곤하고 매사에 의욕이 없는데다 최근 얼굴까지 푸석푸석해지고 부기가 있어 병원을 찾았는데 뜻밖에 갑상선기능저하증이라는 진단을 받았다.■30∼50대 여성이 주로 걸려
갑상선기능저하증은 갑상선 호르몬이 적게 나오기 때문에 생기는 질환이다. 갑상선은 목 앞쪽의 튀어나온 부위 아래에 있는 나비모양의 내분비 장기다. 바로 이 갑상선은 몸의 대사과정을 조절하는 티록신과 트리이오드사이로닌이라는 호르몬을 생산해 저장했다가 필요시 혈액으로 보내는 역할을 한다.
갑상선 호르몬이 부족해지면 몸이 무기력해지고 쉽게 피곤해질 뿐만 아니라 체온도 떨어져 추위를 더 타게 된다. 또 몸이 붓고 변비 등이 심해지며 심장근육 수축력도 약해진다. 오래 방치하면 심장병까지 걸리며 고지혈증에 의한 동맥경화가 되기도 한다. 특히 신생아나 어린이는 성장발육이 늦어지고 키가 자라지 않아 왜소증이 생길 수 있으며 저능아가 될 수도 있다.
이 질환의 가장 흔한 원인은 하시모토 갑상선염(만성 갑상선염)으로 주로 30∼50대가 많이 걸리며 여성환자가 남성보다 15∼20배 이상 많다. 여성의 경우 출산 후 갑상선호르몬이 과다 분비됐다가 산후 6개월쯤 분비량이 줄면서 갑상선기능저하증이 나타나기도 해 출산 후 6개월이 지나도 몸의 부기가 빠지지 않으면 이 질환을 의심해 봐야 한다.
더구나 갑상선기능저하증은 대부분 서서히 진행되기 때문에 증상을 모르고 지나치는 경우가 많다. 삼성서울병원 내분비내과 정재훈 교수는 "피로를 자주 느끼거나 추위에 민감해지는 증상을 단순한 노화과정이나 신장질환, 간염으로 오인하고 치료 받는 경우도 있어 발견될 당시 상당히 심한 가능저하에 빠져 있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나 환자의 90% 정도는 목의 갑상선 부위가 불룩하게 커지는 증상(갑상선종)이 나타나므로 쉽게 알아차릴 수 있다. 또한 간단한 혈액검사를 통해 혈액 내의 갑상선 호르몬 양을 검사하면 대부분 알 수 있다.
■갑상선 질환 경험자 주의해야
갑상선기능저하증은 다른 신체기관에 합병증이 발생하지 않도록 조기에 치료하는 것이 최선이다. 특히 가족 중에 갑상선 질환을 앓았거나 본인이 갑상선 질환을 앓은 경험이 있을 경우, 갑상선종이 있는 경우에는 내분비내과에서 정기적으로 호르몬 검사를 받는 게 좋다.
고려대 안산병원 내분비내과 김난희 교수는 "모자라는 갑상선 호르몬을 약으로 보충해 갑상선 기능을 정상으로 유지하는 방법이 많이 이용되는데 장기 복용에 따른 별다른 부작용은 없다"고 말했다. 또 수술 후 통증과 흉터를 줄이고 입원기간을 절반이나 줄인 '최소 침습 갑상선 수술법'도 최근 개발돼 큰 효과를 거두고 있다.
/권대익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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