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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과학영재 이렇게 키운다](3)독립심이 영재를 만든다-美 일리노이수학과학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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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과학영재 이렇게 키운다](3)독립심이 영재를 만든다-美 일리노이수학과학학

입력
2003.01.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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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리노이주가 인류의 미래에 준 선물"(천문학자 칼 세이건) "미국 교육의 희망이자 흥분"(스미소니언연구소 앤 베이 교육부장) 미국인들은 일리노이수학과학학교(IMSA)를 이렇게 말한다. 시카고에서 차로 1시간 거리인 일리노이주 오로라시. 고속도로변 허허벌판에 덜렁 지어진 학교 모습만 봐선 이 같은 찬사를 이해하기 어렵다.▶열린 학교 IMSA의 하루

IMSA를 방문한 지난해 11월19일 사자자리 유성우가 있었다. 이날 새벽 40∼50명의 학생들은 추위에도 아랑곳 없이 교정에 모여 유성우를 관찰했다. 물리 교사와 학생들이 마음을 맞춰 '유성우 번개모임'을 가진 것이다.

몇 시간 뒤 수학 수업. 학생 너댓명이 칠판 앞에 서 있고, 몇 명은 책상에 걸터앉아 있는 한 교실 분위기는 어수선하다. 교사는 교실 뒤쪽에 앉아 연신 "왜 그럴까"라고 묻고 있었다. 교과서를 꺼내놓은 사람은 아무도 없다. 칠판에 문제가 적혀있고 교사의 질문이 있을 뿐이다. "우리가 짠 수학 커리큘럼은 기존의 커리큘럼을 대부분 배제한 대신 수학자들이 어떻게 문제를 해결하는지 추론하도록 했습니다. 중요한 건 학생들이 개념을 깊이 이해하고, 수학자의 사고방식, 과학자의 마인드를 갖도록 하는 겁니다." 에릭 맥라렌 교장의 설명이다.

학교 분위기는 이렇듯 자유분방하다. 650명 전원이 기숙사생활을 하지만 학생들은 자기 시간표에 맞춰 등교하고, 교무실 휴게실 컴퓨터실 등 어디서든 내키는 대로 공부를 한다. '중요한 것은 질문을 멈추지 않는 것'이라는 아인슈타인 말 이상의 규칙은 없다.

▶성적을 매기지 않는 학교

IMSA에 없는 것은 교과서만이 아니다. 학생들의 등수를 매긴 내신성적이 없다. 연구수업이나, 6학점을 초과해 수강하는 과목은 통과-낙제로만 평가한다.

필수과목은 점수를 매기지만 이를 종합한 등수는 없다. 맥라렌 교장은 "시험이라는 획일적 평가는 학업수준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 학생들간 경쟁보다 협력을 유도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개교 때부터 이 정책을 밀고 왔다"고 설명한다.

학생 수준을 보면 평가에 엄격하지 않은 이유가 명백해진다. 2002년 IMSA 학생들의 대입자격시험(SAT) 성적은 언어 664점, 수학 710점으로 일리노이 지역의 대학 합격자 평균(각각 578점, 596점)보다 월등히 높다. 자연히 일반 고교 과정에 얽매일 필요 없이 과학연구의 실전을 맛보게 하는데 중점을 둔다. IMSA는 교육의 목적을 '수학, 과학, 예술, 인문과학의 대내외적인 관련성을 즐겁게 발견하고 연마하는 윤리적 리더 양성'이라고 규정한다.

▶고등학생 과학자 키워야

리더 양성의 대표적 프로그램은 매주 수요일 '학생 탐구(Sutdent Inquiry & Research)의 날'. 이날은 수업이 없다. 외부 연구인 멘토십에 참여하는 80여명의 학생들은 페르미연구소, 일리노이공대 등으로 멘토(지도교사)를 찾아가고, 교내 연구에 참여하는 학생들은 교사를 만나거나 실험실로 향한다.

생명공학 수업에서 학생 탐구를 수행한 학생들은 파리와 효모에서 '룩스 유전자'를 분리하고, 효모의 형질전환 실험을 해 포스터를 만들어 발표했다. 과학계의 연구는 어디까지 왔는지 논문을 검색하거나, 실험이 환경에 끼칠 위해성은 없는지를 검토하는 것도 학생들이 직접 한다.

멘토십에 대해 스테파니 P 마샬 재단이사장은 "IMSA 학생들은 과학의 진보에 기여하기 위해 대학졸업 때까지 기다릴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학생들의 연구결과는 네이처, 신경과학연구, 바이올로지 오브 리프로덕션 등 학술지에 실렸다. 루안 스미스 연구·입학 담당 디렉터는 "멘토가 아니라 우리 학생들이 봉급을 받아야 할 것"이라고 자랑했다.

▶박사급 교사들 몰려

질 높은 교사는 이런 교육 실험의 중요한 축이다. IMSA의 교사는 공립학교로선 예외적으로 교사자격증이 불필요한 대신 석사학위가 필수다. 교사의 39%는 박사학위 소지자. IMSA는 전국에서 교사를 모집하는데 한 자리에 50∼70명이 지원한다. 학위에 비하면 봉급이 약한 편인데도 "열정적인 학생들을 가르칠 수 있고 실험적인 교육이 가능하다"는 이유로 좀처럼 이직하지도 않는다.

교사를 뽑는 데에는 학생들도 참여한다. 인터뷰를 거친 후보들이 모의 수업을 갖고 학생과 상호작용을 평가받는데 학생들도 1∼5점의 점수를 매긴다. 리처드 행크 인적자원 담당 디렉터는 "학생들은 우리가 미처 생각지 못한 질문을 던지곤 한다"고 말했다.

미국 중서부에선 아이비 리그를 따지는 성향이 약해 IMSA의 졸업생들이 소위 동부 명문대에 진학하는 비율은 높지 않다. 맥라렌 교장은 "학생들은 자기에게 가장 맞는 대학을 찾아간다. 그러나 어디를 가든 스스로 문제를 돌파할 줄 안다"고 말한다.

/글·사진=오로라(미 일리노이주)

김희원기자 hee@hk.co.kr

■ 동포학생 오상택 군

"우리 학교가 좋은 점은 학생들이 무엇이든 해볼 수 있다는 거죠."

IMSA의 12학년(고3) 오상택군. 초등학교 5학년때 시카고로 이민 온 그는 말이 안 통하는 학교 가기를 죽기보다 싫어했었다. IMSA 입학 후는 더했다. 부모님과 떨어지고 수업방식이 너무 달라 문화충격이 컸기 때문이다. 그런 오군이 지금은 학생들의 리더로 종횡무진이다.

오군은 '아시아 문화 클럽'이라는, 교내에서 가장 큰 동호회 회장이다. '아시아의 맛'이라는 동호회 이벤트때 그는 한국음식을 만드는 한편 주변 아시안 레스토랑에 "학생들에게 광고를 해줄 테니 음식을 기부해 달라"고 전화해 푸짐한 잔칫상을 차렸다. 시카고에 있는 임희순 무용단을 초청한 것도 그였다. 그는 "공연료는 없지만 학생들에게 한국문화를 선보인다면 큰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설득했다.

오군은 또 기숙사 자치활동을 이끄는 커뮤니티 리더다. 학기 초 신입생 환영회를 열고 선후배간 형제 자매결연도 맺어준다. 그는 "내가 신입생때 선배 형들이 이렇게 도와줬다"고 말한다.

그는 멘토십으로 노스파크대 북한학 과목의 강의진행표를 짜고 있다. 대학에 가면 전자공학을 전공할 생각이지만 독일 여행 후 남북통일에 부쩍 관심이 생겨 이 주제를 택했다. 수소문 끝에 노스파크대를 찾아갔고, 컨퍼런스에 초청받기도 했다.

낯선 환경에 위축됐던 소년은 새로운 경험을 추구하는 사람이 됐다. 그는 "학생에게 완전한 자율을 주는 학교가 참 감사하다"고 말했다.

■노벨 물리학상 레더만 IMSA의 정신적 지주

IMSA에는 81세의 '상주 학자(Resident Scholar)'가 있다. 맨하탄 프로젝트(미 원폭개발 프로젝트)에 참여했고 페르미연구소 소장을 지낸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 레온 레더만이다. '과학에 대한 대중의 무지와 무관심'을 개탄해 온 그는 IMSA 창설을 제안한 사람이다.

1985년 미국의 13개 주립 영재고 중 3번째로 설립된 IMSA가 4년제 공립 고교의 틀을 벗어나 교사 채용이나 커리큘럼이 실험적이고, 주정부로부터 대학급의 예산을 지원받게 된 데에는 레더만과 같은 저명 과학자의 역할이 컸다. 주정부의 전폭적 지원과 기부금 덕분에 학생들은 대학 수준의 연구시설과 기숙사를 이용하면서 연 1,500달러(약 180만원)의 학비만 부담한다.

IMSA는 일리노이주 과학교육의 중심지 역할도 겸하는데 레더만이 'Great Minds'라는 일반인 대상의 과학강연 프로그램을 관할한다. 최근엔 지역 고등학생들이 15명의 저명 과학자를 직접 인터뷰, 책을 발간해 화제가 됐는데 이 아이디어를 제공한 것도 그였다.

종교 지도자 같은 후광을 얻는 노벨상 수상자에겐 각종 명예직과 강연·저술 요청이 끊이지 않는다. 그런 레더만이 노년에 택한 곳은 일개(?) 고등학교였다. 그는 다른 손님은 몰라도 풀리지 않는 문제를 들고 오는 학생들만은 뿌리치지 않는다.

IMSA의 정신적 지주인 그는 부산과학영재고에 대해 "교사들이 어떻게 가르쳐야 하는가를 가르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오로라=김희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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