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우리 은하의 1,000억개 별 중 하나인 태양의 3번째 행성에서 산다. 이 곳에서 우주의 끝을 보겠다는 꿈을 품은 것이 인간.그러나 우주의 1,000억개 은하 중 하나인 우리 은하가 어떻게 생겨났고 어떤 모양인지 그 신비를 다 풀지 못했다. 한 국제 연구팀이 미 시애틀에서 열린 미 천문학회에서 우리 은하를 둘러싸고 있는 반지모양 별들의 존재를 처음 밝혀내면서(한국일보 8일자 14면 보도) 우리 은하 생성의 비밀이 한 겹 벗겨지고 있다.
밤 하늘을 수놓는 아름다운 은하수는 납작한 우리 은하의 원반(disk)을 옆에서 본 모습이다. 대부분의 별들이 이 원반에 모여 있어 밤하늘에 '별의 시내'를 만든다. 원반 바깥은 암흑물질이 가득하다. 원반을 감싸고 있는 암흑물질과 드문 드문 별들이 있는 공 모양의 부분을 헤일로라고 부른다.
원반과 헤일로로 구성된 우리 은하는 우주가 탄생한 시기인 약 120억년 전 별의 재료인 성간물질(가스구름 등)이 중력에 의해 수축하면서 한꺼번에 생성됐다고 여겨졌다. 이것이 표준모형이다.
그러나 표준모형에 의문을 제기하는 증거들이 한둘씩 나타나기 시작했다. 연세대 천문학과 이영욱 교수는 "표준모형에 따르면 우리 은하가 처음 생길 때 함께 탄생한 은하 외곽의 별들은 가장 늙은 별이어야 하는데 사실상 30억년 정도의 나이 차이를 보인다"고 말한다. 은하 중심에선 새로운 별이 계속 생성되고 있지만 별을 탄생시킬 원동력이 없는 은하 외곽에선 120억살보다 젊은 별이 어떻게 생긴 것인지 설명하지 못한다.
표준모형에 대해 최근 10년새 강력히 부상한 것이 병합이론. 여러 개의 은하들이 충돌, 병합돼 우리 은하 공화국을 만들었다는 가설이다. 이번에 발견된 '우리 은하의 반지'는 바로 병합이론에 무게를 실어주는 증거다.
관측팀의 헤이디 조 뉴버그(렌즐리 폴리테크닉 연구소) 교수는 "반지모양으로 배열된 별들은 왜소 은하들이 우리 은하에 충돌해 섞였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100억년 전쯤 충돌이 일어났을 것"이라고 말한다.
작은 은하가 우리 은하에 충돌하면 중력의 영향으로 큰 별들은 은하의 중심쪽으로 끌려가고, 잔해만 남는 식으로 흡수 통합된다.
실제 관측된 것은 우리 은하(지름 10만광년)를 둘러싸고 있는 지름 12만광년 반지 모양의 6분의1 부분인 1억개 별들인데, 지금까지는 밝은 원반과 어두운 암흑물질에 가려 미처 발견되지 않았다. 연구팀은 약 5억개의 별들이 전체 반지를 형성할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이보다 앞서 1999년 병합이론을 뒷받침하는 강력한 증거를 제시한 사람은 이영욱 교수다. 그는 우리 은하 외곽의 구상성단(球狀星團)으로 알려진 오메가 센타우리가 사실은 외계은하가 우리 은하와 부딪혀 은하 핵만 남은 것이라는 사실을 네이처 표지기사를 통해 밝혀 천문학계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이 교수는 "최근 몇 년 새 광시야 관측(좁은 영역의 먼 우주를 관측하는 것이 아니라 우주의 넓은 부분을 관측하는 것)이 발전하면서 우리 은하의 형성을 규명하는 연구가 가능해지고 있다"며 곧 새로운 은하 형성이론이 정립될 것으로 예측했다.
/김희원기자 h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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