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끝 대치로 치닫는 북한 핵위기와 환율불안,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경제 정책 혼선, 정부와 재계간 갈등 등 국내외 악재들이 겹치면서 정권 과도기의 국내경제에 불안심리가 팽배해지고 있다.이로 인해 증시급락 등 금융시장이 불안해지고, 환율 하락에 따른 수출 채산성 악화, 기업 투자심리 위축 등 거시 경제변수에 대한 불확실성도 예상보다 깊어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주가는 10일 현재 폭락세로 마감한 지난해 12월 30일(627.55)에 근접한 628.36 수준으로까지 다시 하락했고, 금융시장의 불안감을 반영하듯 3년물 회사채 금리는 올들어 0.14%포인트 하락하는 등 '안전자산으로의 회귀현상' 이 뚜렷해지고 있다. 반면 시중자금의 단기부동화 경향을 보여주는 머니마켓펀드(MMF, 투신권의 초단기금융상품) 수탁액은 새해들어 5조원을 돌파한데 이어 최근 6조원에 육박할 정도로 급증하고 있다.
S증권 펀드매니저 Y씨(40)는 12일 "최근 불안한 장세는 근본적으로 펀더멘털(경제 기초체력) 보다는 시장심리에 따라 좌우되고 있기 때문"이라며 "대외변수가 위태로운데다 전경련 김석중 상무의 '차기정부의 경제정책 목표는 사회주의'라는 발언 파문 등으로 정부와 재계가 정면대결로 치닫는 듯한 양상을 보이면서 불안심리가 가중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D증권 K차장(40)은 "최근 일부 경제단체의 행보는 재계가 노무현 차기정부에 대해 반기를 들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면서 "대통령직 인수위의 중구난방식 정책발표도 불안감을 부채질하고 있다"고 말했다. 예컨대 기업경영 여건개선방침과 총액출자제한제 유지 등 잇단 재벌규제 대책, 자금시장 육성방침과 주식양도차액과세 발언, 특정 지역의 집중개발이 필요한 동북아중심지 육성방침과 지역균형발전특별법 제정방침 등이 서로 상충되는 대표적인 사례로 꼽히고 있다.
올들어 투자확대방침을 밝혔던 기업들은 최근 새정부의 경제정책 불확실성에 따라 투자를 유보하거나, 줄이는 등 보수적 경영으로 회귀하고 있다. 재정경제부 관계자는 "삼성전자의 연구개발(R&D) 투자계획을 비롯해 주요 대기업의 올해 투자계획이 지난해 대비 30% 내외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도 "그러나 구체적인 실행이 유보될 수도 있는 만큼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촛불시위 등 국내의 '반미기류'가 장기화하면서 미국 등 외국기업들이 한국에 대한 투자를 중단하거나, 포기하는 경향도 배제할 수 없다고 정부당국자는 우려하고 있다.
연초부터 본격화한 원·달러 환율의 가파른 하락세도 수출전선에 먹구름을 가져오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올해 수출입 전망치는 1달러당 1,200∼1,250원대를 전제로 짜여졌으나 10일 현재 환율은 지난 연말 달러당 1,200.40원에 비해 21원 가까이 하락한 1,179.50원을 기록하고 있다"며 "이 같은 추세가 장기화할 경우 가격경쟁력 약화에 따른 수출 목표치 하향조정도 불가피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개발연구원(KDI) 거시경제팀 관계자는 "최근 경제여건은 외환(外患)에 내우(內憂)가 겹쳐지는 양상"이라며 "DJ 정부가 정권출범 초기 시장 안정과 정책의 예측가능성을 감안해 분명하고 신속한 행보를 보였듯이 차기정부도 '상징적 정책' 보다는 우선 시장과 경제현실을 감안하는 정책을 내놓아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장인철기자 ic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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