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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릉 숲에서 보내는 편지](41)생명력 질긴 "바닷가 식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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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릉 숲에서 보내는 편지](41)생명력 질긴 "바닷가 식물"

입력
2003.01.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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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바다 이야기만 들어도 마음이 설레던 시절이 누구에게나 있습니다. 그 한적함과 쓸쓸함이 가슴에 콕콕 박혀드는 그런 시절 말입니다. 일상이라는 것에 묶여, 일출을 바라보며 새해를 설계하는 거창한 계획은 세울 수 없지만 그래도 겨울 바다를 보면서 부풀고 틀어진 마음을 차곡 차곡 눌러 차분하고 단단해진 마음을 되찾고 싶습니다.식물은 산에 가서 보아야 한다고 생각되지만 바닷가에서도 그 곳만의 독특한 모습의 식물들을 볼 수 있습니다. 지금도 조금 남쪽으로 방향을 잡으면 가을에 피고, 겨울에도 지칠 줄 모르고 피는 해국 구경이 가능할 것입니다.

해국은 본래 풀이었지만 이렇게 겨울에도 죽지 않고 견디다 보니 어느새 줄기가 목질화되어 때로는 나무인지 풀인지 말하기 어렵습니다. 우리는 이를 두고 반목본성 식물이라고 부릅니다.

바닷가에 사는 식물들이 가지는 공통점들도 있습니다. 바닷가는 소금기가 많이 들어 있는 강한 바닷바람이 쉴 새 없이 불어옵니다. 햇볕도 아주 강한 편이지요. 그래서 바닷가 식물들의 잎은 다른 식물들과 비교해 두껍고 단단하며, 갯까치수영이나 돈나무처럼 반질반질해 수분 증발을 막거나, 혹은 털이 가득하며 바람의 충격을 줄여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갯메꽃이나 갯방풍처럼(바닷가 식물에는 '갯'이라는 글자가 들어가는 것이 많습니다) 모래땅에 살고 있는 식물들은 워낙 모래가 바람에 잘 흩어지고 물도 잘 고이지 않으므로 아주 깊이 뿌리를 내리거나 줄기를 땅속이나 땅위에 엮어 서로와 서로를 아주 단단하게 연결하고 있기도 합니다.

풍난이나 석곡은 바닷가 절벽 바위틈에 굵은 뿌리를 드러내고 살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식물을 키우면서(법적인 보호를 받고 있는 식물입니다) 바위틈에 자라니까 아주 건조한 것을 좋아한다고 생각하지만 잘못입니다. 새벽녘 바닷가에 안개가 머물며 얼마나 공중습도를 높여주는지를 생각해보면 이 식물들이 좋아하는 조건을 잘 알 수 있습니다.

혹 겨울바다(겨울이 아니어도 좋습니다 식물은 더 많으니까요)를 찾아갈 만큼 시간이 있으신 행복한 분이라면 너른 바다만 보시지 말고 바닷가 바위틈 혹은 모래밭에 뿌리박은 그 장한 바다 식물들에게도 따뜻한 눈길을 한 번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이 유 미 국립수목원 ymlee99@foa.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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