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의탁 노인, 중증 장애인, 고아 등 150여명이 모여 사는 경기 시흥시 신천동 '베다니의 집'의 올 겨울은 춥지 않다.겨울만 되면 매달 600만∼700만원씩의 난방비를 감당하기가 적지않은 부담이었는데 최근 난방비를 50%가량 절감할 수 있는 태양열 보일러 2대가 설치됐기 때문이다. 이 곳에서 3년간 기거하고 있는 한 할머니는 "이제 따뜻한 물을 마음껏 써도 가족들에게 덜 미안할 것 같다"며 기뻐했다.
베다니의 집의 역사는 1992년 이호성(李虎聲·46) 목사가 걸인 노숙자들이 먹고 자고 쉴 수 있는 가건물을 지으면서 시작됐다. 현재는 부모가 이혼하면서 맡겨진 초등학생 형제, 심각한 조로(早老) 현상으로 시한부인생을 살고 있는 20대 청년, 얼마 남지 않은 생을 베다니에 맡긴 90대 노부부 등이 모여 자그마한 공동체마을을 이루고 있다.
이 마을은 10여명의 자원봉사자들의 도움을 받고 있다. "삶의 벼랑 끝에 선 이들이 이 곳에서 손톱만큼의 행복감이라도 느낄 수 있다면 더 이상의 바람은 없습니다." 이 곳 살림을 담당하고 있는 강선희(姜善姬·39) 전도사의 말이다.
이 목사는 지난 해 9월 다 쓰러져 가는 그린벨트내 한옥집을 구입, '어린이 집'으로 개조했다. 인근 단독주택 한 칸을 마련, 어린이를 돌봐왔으나 "고아들이 주위에 사는 사실이 알려지면 집값이 떨어진다"는 주민들의 차가운 시선을 느껴야 했고 더 이상 어린 가슴에 상처를 줘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서둘러 어린이집을 지었다.
최근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한 중증 환자들을 위해 14개의 병상을 마련하는 등 거주자들의 복지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그러나 이 곳을 운영하기 위한 돈은 매달 1,000원∼1만원씩 은행 지로 및 ARS자동이체 등으로 들어오는 보이지 않는 후원자들의 성금이 거의 전부이다. 어린이집을 짓기 위해 2억여원의 빚을 져야 했고, 1대당 460만원인 보일러 설치비용을 갚기 위해서는 성금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그린벨트에 지은 어린이집 역시 시흥시로부터 정식 허가를 받지 않은 터라 조만간 수백만원대의 이행강제금까지 물어야 하는 상황이다.
다행이 최근 이 같은 사정을 전해들은 용인이씨 사맹공파 이호현(李鎬鉉·70) 회장이 종친회로부터 모은 성금을 보일러 설치비에 보태라며 내놓고 가는 등 뜻 있는 독지가들의 도움이 간간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 그나마 위안이 되고 있다. 이 회장은 "고아원, 양로원, 장애인시설과는 달리 모든 연령층을 아우르는 이런 곳은 정부의 지원을 한 푼도 받을 수 없다는 사실이 가슴 아프다"고 안타까워했다.
이 목사는 "여러 어려움이 있지만 베다니의 손길을 원하는 사람에게는 언제나 문이 열려있다"고 말했다. (031)314-6962
/한창만기자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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