린다 수 박 글·낙송재 그림·이상희 옮김 서울문화사·7,800원'사금파리 한 조각'으로 동양인 최초로 권위 있는 아동문학상인 뉴베리상을 수상했던 린다 수 박(43)의 장편동화. 장남 우대라는 전통에서 빚어진 갈등을 연싸움을 통해 풀어가는 형제의 이야기를 그렸다.
조선시대 한양의 부유한 싸전 상인 이씨의 두 아들인 기섭과 동생 영섭. 기섭은 싸전 골목에서 연을 잘 만들기로 소문이 자자한 반면, 연날리는 데는 영섭이 으뜸이다. 친구처럼 허물없이 지내던 형제 사이에는 기섭이 15살이 되어 상투를 틀고 갓을 쓰는 관례(冠禮)를 치르면서 조금씩 갈등이 싹튼다. 장남은 벼슬길에 보내고 차남은 싸전을 이어받도록 한다는 아버지의 의중을 영섭이 알아챘기 때문이다.
어느날 언덕에 올라 연을 날리던 형제는 행차 나온 어린 임금을 만난다. 연날리기에 흥미를 느낀 임금은 형제에게 자신을 위한 연을 만들라고 명한다. 영섭은 형 기섭이 만든 용연으로 연날리기 대회에 나가 달라는 임금의 부탁을 받고 뛸 듯이 기뻐했지만 아버지는 그런 중요한 일은 장남이 해야 한다며 형을 대회에 내보내려 한다.
이야기는 기섭의 양보로 대회에 출전한 영섭이 치열한 승부를 벌인 끝에 우승, 자신에게 냉담하기만 한 줄 알았던 아버지로부터 환한 웃음과 격려를 받고 가족애를 확인하면서 끝난다.
재미동포 2세로 미국에서 태어나 자란 작가는 자녀들에게 들려주기 위해 공부했던 한국 전통문화에 대한 지식을 책 속에 고스란히 담아 읽을 거리가 풍부하다. "때로 바람은 새끼 고양이 같았다. 앞발로 슬쩍 연을 긁고는 하늘 저쪽으로 툭 밀어 보냈다. 또 어떤 때 바람은 커다란 개처럼 굴었다. 다정하고 열정적이면서도 간혹 연을 거칠게 몰고 가서는 때리거나 후려치기도 했고, 입에 물고 흔들어 대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하늘을 나는 연의 모습을 실감나게 묘사한 부분도 눈길을 끈다.
/김영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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