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위 휴대폰 업체인 핀란드 노키아가 사실상 한국 휴대폰 내수시장에서 철수한다.한국 노키아 관계자는 10일 "한국 내수시장용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방식 단말기 사업을 총괄하는 한국 노키아 서울 CDMA 연구개발(R& D) 센터를 폐쇄키로 방침을 정했다"고 말했다. 1999년 설립된 노키아 서울 CDMA R& D 센터는 한국 업체가 납품한 단말기들을 테스트하고 미국의 노키아 R& D 센터에서 개발된 단말기를 한국 시장에 맞게 현지화하는 업무를 맡고 있다. 이에 따라 전세계 시장점유율 1위 업체인 노키아는 한국 시장에 진출한 지 1년6개월만에 물러나게 됐다.
노키아가 시장 진출 1년6개월만에 철수키로 한 것은 기술력, 마케팅 등 모든 부문에서 삼성·LG전자, 팬택& 큐리텔 등 한국 업체에 뒤졌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지난해 3·4분기 현재 세계 시장 점유율 1위(35.9%) 업체인 노키아가 외국보다 휴대폰 유행이 1년 이상 앞서는 한국 시장의 특성을 감안하지 않고 성급히 시장에 진출한 것이 사업실패의 가장 큰 이유라고 분석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2001년 한국 진출 당시 노키아는 국내 업체들이 컬러 휴대폰 시판에 나섰는데도, 유행이 1년이나 뒤진 흑백 휴대폰을 들고 왔다"며 "전 세계 시장을 대상으로 중저가의 범용 단말기에 치중하는 노키아로서는 세계에서 휴대폰 유행이 가장 빠른 한국 시장 공략에 한계를 느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단말기 업계의 한 관계자도 "지난 1년6개월동안 노키아 단말기 판매량은 5만대를 넘지 못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업계가 공유하는 판매 통계에는 점유율이 0%로 나올 지경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노키아의 이번 연구센터 폐쇄가 한국 시장의 영원한 포기를 뜻하는 것은 아니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통신업계의 한 관계자는 "노키아가 연구센터를 폐쇄, 2세대 CDMA 분야에서의 실패는 인정했지만, IMT-2000 등 3세대 서비스가 시작되면 또다시 한국 시장 공략에 나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 노키아는 경남 마산의 이동전화 생산업체인 '노키아 TMC' 공장을 통해 GSM(유럽형 이동전화) 등 수출용 단말기 생산을 계속하는 것은 물론, 이미 구축한 판촉 및 마케팅 조직은 연구센터 폐쇄에도 불구하고 당분간 계속 유지할 것으로 알려졌다.
/조철환기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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