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너선 블룸 등 지음·강주헌 옮김 한길사 발행·2만9,000원9·11 테러는 이슬람에 대한 관심을 끌어 올린 계기이기도 했다. 미국 보스턴 칼리지 교수 조너선 블룸과 그의 부인 셰일라 클레어가 함께 쓴 이 책은 이슬람 미술을 집중 조명했다.
무슬림도 기독교인만큼이나 자신의 종교에 헌신적이었지만 그들이 이룬 미술은 기독교 교회가 후원자 노릇을 하며 오랫동안 영향을 미친 서양 미술과는 분명 다르다.
서양 미술의 주된 형식은 회화와 조각이었다. 이 둘은 예배에 필요한 종교적 이미지를 창조했다. 그러나 이슬람 미술에는 거창한 그림이나 조각이 거의 없다. 대신 서양 미술에서 부차적이고 장식적인 것, 예를 들어 책이나 직물 등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 책에는 아름답고 섬세한 그림이 삽화로 들어갔다. 직물은 종이, 그림이 폭 넓게 사용되기 이전에 이미 예술적 감각을 전파하는 편리한 수단으로 사용됐다. 도자기 유리 금속세공처럼 불을 사용한 미술의 발달도 서양 미술과는 다른 특징이다. 예외적으로 건축은 이슬람, 기독교 미술 모두에서 큰 비중을 차지했다.
이슬람 미술은 이슬람 세계의 변화도 반영한다. 이슬람 건축의 전통은 모스크가 출발점이다. 모스크는 무하마드가 무슬림 공동체의 중심이자 기도실로 지었다는 집에서 유래한다.
그 뒤 지방세력이 할거하면서 기존 건축 구조는 더욱 화려해지고 기능적으로도 개선된다. 오스만, 무굴 등 강력한 제국이 등장한 15, 16세기에는 메메드와 쉴레이만이 교육기관 병원 주택 공공기관 상업시설 등이 들어선 대규모 복합 단지를 건설한다.
이슬람 미술은 그러나 20세기 초 최악의 상황을 맞는다. 세계의 주도권이 서유럽으로 넘어가면서 이슬람 미술의 전통이 허물어졌기 때문이다. 1970년대 이후 석유 생산으로 이슬람 세계는 경제적으로 다시 살아난다. 그러나 이제 찬란했던 수공예 전통에 눈을 돌리는 예술가는 소수에 불과하다. 부부 저자가 가장 아쉬움을 표하는 것도 이 부분이다. /박광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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