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중국, 러시아, 유럽연합(EU) 등 각국은 10일 일제히 북한의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 선언에 깊은 우려를 표시하고 즉각 철회를 요구했다.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날 모스크바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공동성명을 통해 "북한의 선언에 대해 실망과 깊은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앞서 고이즈미 총리는 "한국과 미국, 국제원자력기구(IAEA)와 긴밀히 협의해 선언 철회를 북한에 강력히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푸틴 대통령은 "북한이 NPT 탈퇴를 발표하면서도 대화의 여지를 남겨놓은 사실을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 외교부도 우려를 표시하고 "지속적으로 NPT 조약이 준수되기를 희망하며 평화적 해결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EU 하비에르 솔라나 외교 담당 집행위원은 "심각하게 우려한다"며 탈퇴 선언 번복을 요구했다. 프랑스 도미니크 드 빌팽 외무장관도 이날 중국에서 NPT 탈퇴를 비난하고 "안보리에서 문제를 다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해외 주요 언론은 이날 북한의 NPT탈퇴 성명을 긴급 보도하면서 북핵 위기가 더욱 고조될 것을 우려했다. 하지만 외신들은 대체로 북미 대화 신호가 포착된 시점에서 성명이 나온 점을 고려할 때 북한이 '거래'를 위한 강수를 둔 것으로 해석했다.
AP 통신은 1993년 북한이 NPT 탈퇴를 발표했다가 미국의 대화 제의에 유보한 경우를 상기시키면서 "북한의 발표가 핵무기 개발로 이어질지, 미국을 위협하기 위한 수사에 그칠지 명확지 않다"면서 "하지만 북한이 생존을 위해 어떤 선택도 불사할 것은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로이터 통신은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연구원의 말을 인용해 "북한은 늘 거래 직전 가장 신경질적인 표현과 최고조의 태도를 보인다"며 이번 발표를 서방에서 양보를 얻어내기 위한 성난 '수사(修辭)'라고 표현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이번 사태가 북한의 핵 개발을 막기 위한 IAEA의 노력은 물론, 대화로 사태를 해결하려는 국제사회의 노력을 어렵게 만들 것이라고 보도했다. 영국 BBC 방송은 "북한은 사태를 매우 심각한 수준으로 고조시키고 있다"며 "북한이 핵 무기를 안보를 위한 최선의 수단으로 생각하고, 미국이 이라크에 몰두하는 지금이 그것을 얻기 위한 가장 좋은 시기라고 판단하면서 공포감이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일본 신문들은 10일 석간 1면 머릿기사로 북한의 NPT 탈퇴 선언을 보도했다. 요미우리(讀賣)신문은 "이번 선언은 이라크 문제에 바쁜 미국에 더욱 압력을 가해 타협을 끌어내려는 것으로 보인다"며 "그러나 미국 정부의 강경파를 자극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아사히(朝日)신문은 "NPT 탈퇴 선언을 통해 핵 문제를 미국과 해결해야 한다는 점을 확실히 한 뒤 미국에 대해 구체적 대응을 요구하는 '벼랑 끝 전술'"이라고 분석했다.
교도(共同)통신은 일본 외무성 관리의 말을 인용해 "미국이 대화 용의를 보인 직후 나온 NPT 탈퇴 선언은 최악"이라며 "IAEA가 북핵 문제를 유엔 안보리에 상정할 가능성이 대단히 높아졌다"고 전망했다. 중국 신화통신도 "한반도의 핵 위기가 한층 고조되고 있다"며 비판적으로 보도했다.
/도쿄=신윤석특파원 ysshin@hk.co.kr 베이징=송대수특파원 dssong@hk.co.kr 최문선기자 moonsun@hk.co.kr 모스크바·브뤼셀 외신=종합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