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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덩이 땀차서 못 앉아있겠어요"/"청담동 호루라기" 이 진 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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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덩이 땀차서 못 앉아있겠어요"/"청담동 호루라기" 이 진 성

입력
2003.01.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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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답십리 호루라기나 청량리 호루라기였으면 떴겠어요?" 특정 지역을 비하하자는 얘기가 아니다. 자고 일어났더니 유명해진 일명 '청담동 호루라기' 이진성(27). 그는 청담동과 호루라기의 오묘한 결합이 자신을 벼락스타로 만들지 않았을까 추측을 해본다.정장 차림으로 큰 키(181㎝)와 긴 팔을 이용해 오노 춤, 카누 춤, 오토바이 춤 등 화려한 동작을 선보일 때 시청자들은 그의 이상한 조화와 춤의 폭발력에 놀란다. '청담동'으로 상징되는 고급스러움과 호루라기라는 보잘 것 없는 소도구, 기상천외한 테마춤의 결합이 순식간에 이목을 집중시켰다. 가수 싸이와 함께 2인조로 춤을 추며 분위기를 순간적으로 고조시키는 그의 모습은 '물 좋은' 강남 나이트 클럽의 한 장면을 그대로 브라운관으로 옮겨 놓은 것 같다. "이렇게 놀고 싶은 시청자들에게 대리만족을 시켜주나 봐요." 그것도 청담동에서!

두 달 전 MBC '강호동의 천생연분'에서 독특한 춤을 선보인 뒤 인터넷 팬카페는 세 달 만에 회원 수 10만 명을 넘어섰고, 시트콤을 비롯한 네 편의 프로그램에 고정 출연하게 됐다. 스피드 스케이팅 선수 출신의 일식 바 사장이 돌연 대중문화의 스타로 떠올랐다. 마네킹을 연상시킬 정도로 단정한 헤어스타일, 언제나 반듯하게 넥타이를 맨 정장 차림은 미국 유학을 다녀온 애널리스트 같은 분위기. 그러나 그는 자신의 지적인 이미지 속에 숨은 진실을 아무렇지도 않게 털어놓는다. "공부보다 운동이 낫죠. 엉덩이에 땀 차서 앉아 있겠어요? 원 없이 놀았습니다."

그렇다면 지적인 듯한 백치미? 스키장에서도 정장을 입고 춤을 춘다. 이유는 뭘까. 기숙사 생활을 하던 한국체육대학 4년 동안 반바지나 트레이닝복은 운동할 때 외에는 전혀 입지 않았다고 한다. "외모는 첫 인상의 80%를 좌우한다"는 게 그의 신념이다. "사람의 센스는 넥타이에서 볼 수 있다"는 정장 철학에 맞게 넥타이만 50개다. 경찰의 전유물인 딱딱한 금속성의 호루라기를 신나는 놀이도구로 바꾼 것도 인기의 요인으로 짚는다. "제가 운동선수였잖아요. 호루라기 소리 하나에 서고 달렸죠. 호루라기는 춤을 출 때 사람들을 한 분위기로 몰아주는 효과가 뛰어나요."

싸이나 강호동 등 친분 있는 연예인들끼리의 '내부자 거래'로 인기를 얻은 게 아니냐고 물었다. "제 춤이 혼자 보기 아깝다는 분들이 많았어요. 사람들이 뭐라고 하는지에 대해 신경쓰지 않아요. 제가 좋아 하는 일이니까 인기가 떨어진다고 해도 겁 날 게 없습니다."

요즘 벼락 인기를 실감한다. "신호등 앞에서 나도 모르게 깜빡 졸다가 앞 차를 박았어요. 그 차를 몰던 분이 차는 보지도 않고 사인부터 해달라고 하더군요." 신인으로 카메라 앞에서 느끼는 긴장감도 즐겁다고 했다. 갑자기 너무 많은 프로그램에 나와 자신의 재능을 방전(放電)하는 건 아닌지 걱정하자, 부르튼 입술을 손가락으로 누르며 "밥도 제 때 못 먹지만 프로그램마다 색깔이 달라 재미있어요. 앞날은 생각하지 않아요"라고 했다.

/이종도기자 ecr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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