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내 사회부처의 대통령직 인수위 업무보고가 속속 진행되면서 '예상대로' 정책 방안을 둘러싼 양측간 마찰이 표면화하고있다. 인수위측은 "문제가 있는 사안은 관련 법을 모두 손질해서라도 바로 잡아야 한다"며 강공 입장이 주류인 반면 사회부처는 "현실을 고려해 신중히 접근해야한다"며 '지공'을 주문하는 견해가 많아 상당한 의견 차이가 빚어지고있다. 그러나 경제부처는 당초 예상과는 달리 인수위안을 수용하는 발빠른 행보를 보였다.
■사회부처
● 법무부
법무부는 9일 인수위 보고에서 한시적 특검상설화, 고위공직자 비리조사처 신설 등 인수위가 제기한 주요 검찰개혁 의제를 수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인수위측에 사실상 정면 대결을 선언한 것이다. '일격'을 당한 인수위가 가만 있을리 없었다. 인수위측은 보고가 끝난 즉시 부패척결 효율성 등 5대 기준을 제시하며 개혁안의 추진 당위성을 재차 강조하면서 법무부측을 몰아 부쳤다. 경찰 수사권 독립에 대해서도 검찰은 인수위측 방안인 영장청구권 및 기소권 부여는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고, 검찰총장의 인사청문회 또한 "위헌 소지가 높다"며 반대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인수위 개혁 방안 대부분이 국회의 법률 제·개정을 요구하는 사안"이라며 "인수위가 원하는 것은 다 된다고 생각하면 잘못"이라고 꼬집었다.
● 교육부
13일 업무보고가 예정된 교육부는 인수위가 마련중인 '대학수학능력시험 연 2회 실시 방안'에 대해 "현실적으로 무리"라는 입장을 전달할 것으로 보여 설전이 예상된다.
교육부 당국자는 "수능을 한 해에 2차례 치러 높은 점수를 응시대학에 제출토록 할 경우 수험생 부담은 덜 수 있지만 난이도 차이 시비, 고액과외 증가 등 부작용이 이보다 훨씬 클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부는 '최소 5년 기간을 두고 장기 검토' 안을 제시할 계획이다. 이에 대해 인수위측은 "대입시 제도를 부분 보완한다는 차원에서 수능 연 2회 실시는 1∼2년내에 이루어져야 할 사안"이라는 입장을 견지하고있다.
● 노동부
노동부는 노무현(盧武鉉) 대통령 당선자의 진보적 성향에 따라 인수위와의 노동분야 정책방향 조율 과정에서 불협화음이 잇따르고있다. 9일 인수위 업무보고에서 양측은 비정규직에 대한 '동일노동 동일임금' 적용 문제 등 비정규직 보호방안과 산별교섭 추진 여부 등을 둘러싸고 갈등을 표출한 데 이어, 노사정위원회의 위상 및 기능재편 방향에 대해서도 시각차를 드러내고 있다.
노동부는 노사정위 개편방향과 관련, 현재의 노사정 합의기구보다는 사회적 협의기구로 전환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는 그러나 노사정위 위상 및 기능강화와 노사정위원장 직급의 부총리급 상향 조정 등을 추진하는 인수위 방침과 다소 배치되는 것이다. 인수위 관계자는 "노사정위는 합의된 내용의 구속력과 기구 자체의 권위가 약화한 게 가장 큰 문제"라며 위상 및 기능강화 불가피론을 거듭 천명했다.
● 국방부·건교부
국방부는 병역복무기간 단축 문제가 이슈다. 인수위는 노 당선자 공약대로 이른 시일 내에 2∼4개월의 단축 방안을 내놓을 것을 주문하고 있지만 국방부는 "출생률 저하에 따른 병력자원 부족이 예상되며, 예산 확보도 어려운 과제"라며 복무단축에 부정적인 자세다. 건교부는 북한산 국립공원 관통로 노선 변경 문제를 놓고 인수위와 의견 충돌을 빚고있다. 건교부는 11일 업무보고에서 현 관통로의 노선 변경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하지만 인수위측은 "노 당선자가 대선 기간중 불교계 인사들을 만난 자리에서 북한산 국립공원 관통로를 백지화 하고 대안노선을 검토하겠다는 공약과 어긋난 결정"이라며 노골적으로 불만을 터뜨리고있어 협의결과가 주목된다.
/김성호기자 skkim@hk.co.kr
정진황기자 jhchung@hk.co.kr
노원명기자 narzis@hk.co.kr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대한 경제부처 현안보고는 '대기업구조본 해체 권고발언' 파문으로 막을 열면서 파란을 예고하는 듯 했다. 그러나 11일로 예정된 건설교통부 보고만을 남겨둔 현재 우려만큼 심각한 이견이나 갈등양상은 나타나지 않았다는 것이 중평이다. 오히려 상속증여세 완전 포괄주의 도입 문제 등 민감 현안에 대해 정부가 인수위의 입장을 적극 수용하는 모양새를 취함으로써 갈등을 비켜갔다. 어차피 입법과정이 필요한 문제인 만큼 논란이 국회로 이전된 셈이다.
▶대기업 구조본 해체
김대환 경제2분과 간사의 시각이 공식입장인 것으로 와전돼 긴장을 야기했다. 재정경재부는 인수위에 대한 비공식 보고를 통해 "구조본의 부정적 측면에도 불구하고 기업의 정상적 경영행위로 볼 여지가 크며, 정부의 권고 등은 적절치 않다"는 입장을 밝혔다. 인수위도 일단 발언은 접었지만 구조본에 대한 시각차는 여전해 추후 재론될 여지가 없지 않다.
▶금융구조조정
인수위는 조흥은행 매각·합병 등 금융기관의 매각과 민영화를 통한 대형화만이 경쟁력 제고를 위한 최선의 방안인지에 대해 재경부에 재검토를 요청했다. 재경부는 이에 대해 은행 민영화 및 인수·합병은 경쟁력 제고를 위한 조치의 하나에 불과하며, 계획된 금융구조조정은 대외 신인도 등을 감안해 가급적 일정대로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재경부 금융정책국과 적지않은 입장차가 나타났던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사 계열분리 청구제 및 집중투표제
공약을 감안해 대기업 계열 제2금융사를 계열사 부당지원 시 강제적으로 대기업그룹 계열에서 떼어낼 수 이는 근거를 공정거래법에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 인수위의 입장. 반면 정부는 공정위의 추진 수용 방침에도 불구하고 은행 경쟁력 제고방안과의 상충 가능성 발동요건 및 재산권 침해소지 등에 따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주식 1주에 선임이사수 만큼 의결권을 주는 집중투표제 역시 인수위는 전면도입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이지만, 재경부는 자산 기준 일정규모 이상 기업으로부터 단계적으로 도입하는 것이 낫다는 입장이다.
▶공기업 민영화
정부는 적극 추진 입장인데 반해 오히려 인수위가 방어적인 입장이다. 인수위는 공기업 효율 저하의 책임이 '낙하산 인사'등 구태경영에 따른 것이므로 현 체제 내에서 경영개선을 모색할 수 있다는 입장. 반면 기획예산처 등은 전력·가스 등 민영화 방안이 확정된 사안은 예정대로 민영화 작업이 추진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냈다.
▶기업 불법행위 전속고발권 존폐
인수위는 기업 불법행위에 대한 공정위의 고발권 독점이 불합리하다는 입장. 반면 공정위 등은 "기업행위에 대한 소송남발은 경영을 위축시킬 우려가 큰 만큼 전속고발권 폐지 보다는 기존 소비자단체 등을 통한 소비자권리 강화가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장인철기자 ic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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