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카자와 신이치 지음·김옥희 옮김 동아시아 발행·1만원"신화는 인간이 최초로 생각해낸 최고(最古)의 철학입니다. 신화는 대담한 방법으로 우주와 자연 속에서 인간의 위치와 인생의 의미에 대해 깊이 사고하고자 했습니다. 인간의 가장 위대한 철학적 사고는 전부 신화 속에 감추어져 있다고 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일본의 철학자 겸 종교학자 나카자와 신이치(주오대 교수)의 '신화, 인류 최고의 철학'은 이렇게 시작한다. 주오대 비교종교학과 강의록을 펴낸 이 책은 신화를 재미있고 환상적이지만 황당한 이야기 혹은 인간의 이성이 개화하기 전에 태어난 불완전한 사고의 파편 쯤으로 여기는 생각을 뒤집는 데 주력한다. 신화는 인간이 호모 사피엔스로 진화한 3만년 전부터 쌓아온 지성의 산물로, 근대적 지식이나 고대 그리스로 거슬러 올라가는 철학의 역사보다 훨씬 앞서 등장한 철학이라는 것이다. 또 "신화의 중심에는 맨 처음 타올랐던 철학적 사고의 마그마 열이 아직도 잘 보존되어 있기 때문에 신화를 배우지 않는 것은 곧 인간을 배우지 않는 것과 같다"고 말한다. 이러한 입장은 신화를 야만이나 미개의 흔적이 아닌 인간 정신의 원형이 깃든 '야생의 사고'로 표현한 인류학자 레비스트로스의 견해를 따른 것이기도 하다.
지은이는 일본 뿐 아니라 아시아와 유럽, 북미 인디언에 이르기까지 전세계 신화를 예로 들어 신화의 철학적 지평을 탐색하는데, 신데렐라 이야기를 중심으로 분석하고 있다. 페로의 동화 '신데렐라 이야기'를 신화의 잔해로 보고 독일, 포르투갈, 중국, 북미 인디언의 서로 다른 신데렐라 이야기와 나란히 비교함으로써 변주를 거듭하면서 풍성함을 더해가는 신화의 생명력을 보여준다. 신화를 넓고 깊게 읽으면서도 딱딱하지 않게 풀어간 흥미로운 강의록이다.
/오미환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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