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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 파킨슨의 법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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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 파킨슨의 법칙

입력
2003.01.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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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스코트 파킨슨 지음·김광웅 옮김 21세기 북스 발행·9,000원1935년 영국 식민지 행정 직원은 372명이었다. 19년이 지난 뒤에는 1,661명으로 다섯 배 정도로 늘었다. 이 기간에 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많은 나라가 독립하면서 영국이 관리할 식민지가 크게 줄었는데도 말이다.

'파킨슨의 법칙'은 작고한 영국의 경제학자 노스코트 파킨슨이 2차 대전 당시 영국 해군 사무원으로 근무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쓴 관료제 비판서이다. 저자에 따르면 공무원 수는 일의 양에 관계없이 늘어난다. 그렇다고 사람이 는 만큼 성과가 커지는 것은 아니다.

사람들은 시간 여유가 생기면 일을 그만큼 천천히, 비효율적으로 처리한다. 상사 한명이 결정할 일을, 문서를 작성하고 결재를 올리고 수정을 거듭해 여러 명이 논의한다. 그래도 결정은 상사의 입맛에 좌우되니 결과는 꼭 같다. 중간 과정이 복잡해지고 시간만 낭비되는 것이다. 이런 조직에는 흔히 뛰어난 사람이 승진, 임용되는 것을 막고 자신보다 못한 사람을 고용, 자신의 무능을 감추려는 간부들이 많다.

그런 생각에서 저자는 다수의 결정이 반드시 옳다고는 보지 않는다. 오히려 사람이 늘어나면 개개인의 무능력과 불합리성이 극도로 발휘돼 조직이 무능해진다고 말한다.

저자는 이 대목에서 영국의 내각을 예로 든다. 1740년 영국의 내각은 5명으로 구성됐다. 당시 학자 등이 모여 적정 인원을 연구했는데 5명이 가장 낫다는 결론을 내렸다. 모이기 쉽고 모이면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의사 결정을 할 수 있다.

하지만 내각은 곧바로 커져서 1900년에는 각료가 20명, 1939년에는 23명으로 불었다. 물론 사람이 많다고 반드시 나쁘다고는 할 수 없다. 그러나 저자는 내각이 커지면서 탁자 양끝에서 서로 다른 대화가 오가고 어느덧 친소 관계에 따라 편가르기가 시작됐다고 지적한다. 결국 비효율이 생겨나 인원이 적을 때보다 더 나은 결정을 내리지는 못한다는 것이다.

물론 파킨슨의 주장을 그대로 수용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우리나라도 공직사회와 기업에서 구성원을 줄였고, 그 결과 일이 늘어나 고충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다. 또 사람을 줄이면 사회적 불안 요소가 늘어나는 것이기도 하다.

그런 사회적 문제까지 포괄하지 못한 것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하지만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관료 조직을 포함한 사회 전반의 개혁이 예상되는 데다 번역자가 대통령 직속 중앙인사위원회 위원장을 지냈다는 점을 감안하면, 생산성과 무관하게 비대해질 수 있는 조직의 문제점을 날카롭게 짚은 저자의 지적은 귀담아 들을 만하다.

/박광희기자 kh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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