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盧武鉉) 대통령 당선자가 '빅3'의 하나인 청와대 비서실장의 내정에 이어 나머지 두 자리인 총리와 국정원장 인선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노 당선자는 국회에서 인수위법이 통과될 것으로 예상되는 20일 직후 총리 내정자를 발표한다는 계획에 따라 총리 후보 대상자를 압축해가고 있다. 노 당선자는 또 북한 핵 사태 등으로 '정보 총수'의 자리에 대한 인수인계를 한시도 소홀히 할 수 없다는 판단에 따라 국정원장의 내정도 가급적 앞당길 방침이다.총리 노 당선자가 직접 밝힌 총리에 대한 인선기준은 안정과 균형이었다. 개혁을 진두지휘할 청와대와 실질적으로 역할을 분담할 수 있도록 내각을 안정적으로 운영하겠다는 것이 노 당선자의 의지다. 이후 노 당선자 주변에서 나오고 있는 얘기를 종합하면 새 정부의 첫 총리에 대해선 풍부한 행정경험 뿐만 아니라 국회 인준 과정에서 야당의 협조를 얻을 수 있는 인사여야 한다는 기준이 추가돼 있는 상태다.
이에 비추어 보면 '행정의 달인'이라 불리면서 총리와 서울시장 등을 무난하게 수행해냈다는 평을 듣고 있는 고건(高建) 전 총리가 기준에 가장 근접해 있다. 노 당선자측은 그러나 최종 결심을 남겨둔 상태에서 고 전 총리를 포함, 5∼6명의 후보를 대상으로 마지막 검토 작업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막판에 노 당선자측 내부에서 안정감도 중요하나 개혁성도 고려돼야 한다는 문제제기가 나오고 있어 적잖은 변수로 등장했다.
노 당선자측이 상정하고 있는 총리 후보감은 고 전 총리 외에 이홍구(李洪九) 전 총리, 박세일(朴世逸) 전 청와대 정책기획수석, 김종인(金鍾仁) 전 청와대 경제수석, 김원기(金元基) 민주당 정치개혁특위위원장, 진념(陳稔) 전 경제부총리 등이다. 고 전 총리의 경우는 기준을 대체로 충족하고 있으나 호남 출신인 점이 야당의 공격 대상이 될 소지가 있다. 이홍구 전 총리는 국제감각이 있다는 것이 장점이나 행정력이 미흡하지 않느냐는 지적과 함께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로 발탁한다는 말도 나온다. 문민정부에서 청와대 정책기획수석 등을 역임한 박세일 서울대 국제지역원 교수는 막판에 떠오른 다크호스로, 노 당선자가 상당한 관심을 갖고 있다는 후문이다. 김종인 전 수석의 경우는 개혁성이 강점이나 안정감과 행정경험이 상대적으로 떨어진다는 평을 듣는다. 김원기 위원장과 진념 전 부총리도 후보감에 포함돼 있으나 민주당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거나 현 정부에서 경제정책을 맡았다는 점이 오히려 약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국정원장 노 당선자가 북한 핵 사태 해법을 모색하기 위해 구성토록 한 태스크포스에서 자문역을 맡고 있는 나종일(羅鍾一) 주영대사와 문정인(文正仁) 연세대 교수가 상당히 비중 있게 거론되고 있다. 나 대사는 교수 출신이기는 하지만 국정원 1차장 등을 거친데다 외교무대에 서본 경험이 장점이다. 문 교수는 북한 핵 사태에 대해 온건하면서도 균형감 있는 태도를 견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 데 교수에서 바로 국정원장에 임명되면 그 자체가 파격이다. 이와 함께 지난 대선 과정에서 법조인 가운데 노 당선자 지지에 앞장섰던 특별검사 출신 최병모(崔炳模) 변호사와 함께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신임이 각별했던 조승형(趙昇衡) 전 헌법재판관도 거론된다. 다만 국정원장의 경우, 국정원의 변화를 주도해갈 수 있는 개혁성과 함께 국가 최고의 정보를 다루는 업무에 대한 전문성이 인정돼야 한다는 점 때문에 인선에 상당한 진통이 따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고태성기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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