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한복판에서 느끼는 파키스탄 양고기의 짙은 풍미. 지난해 9월 문을 연 이태원의 이슬람 음식 전문식당 '알 사바'(Al saba)는 음식의 세계화가 어느 정도까지 진척되었는지를 보여준다. 파키스탄어로 '아침 햇살'이라는 뜻으로 정교한 무늬의 페르시안 카펫, 알록달록한 나무구슬로 엮은 의자 등 분위기부터 '현지 냄새'가 물씬 풍긴다.양념은 인도 음식과 비슷하다. 커리, 쿠민, 샤프란, 카르다몬 등의 향신료가 매콤하다. 고추나 마늘처럼 자극적이지는 않지만 은근한 매운 맛이 오래도록 남는다. 인도 음식과의 차이점이라면 파키스탄은 육식, 그 중에서도 양고기가 대표음식으로 꼽힌다는 것이다.
대표 메뉴인 '알사바 란'은 양 뒷다리를 요구르트에 재어 12시간 이상 증기로 쪄낸 후 탄두리라는 파키스탄 화덕에서 구워낸 요리로 왕족들이나 먹던 귀한 음식이다. 기름기가 쪽 빠져 마치 쇠고기 장조림처럼 결대로 찢어진다. 누린내가 적어 고기를 싫어하는 사람도 먹을 수 있다. 양파와 토마토, 생강, 고추가 걸쭉하게 어우러진 '치킨 카라히'는 서남아시아 특유의 향취가 살짝 묻어나면서 우리 입맛에 잘 맞는다. 마늘이나 버터 등을 잘게 썰어넣어 구운 '난'이나 기름기 없이 얄팍한 '로티'등 빵과 함께 먹으면 담백한 맛이 강렬한 향신료와 매력적으로 어우러진다.
한국말을 썩 잘 하는 주인 무니르 라나(40)씨는 파키스탄에서 양탄자를 수입·판매하다 지난해 한국인 이병기씨와 함께 이 식당을 시작했다. 이태원관광타운 입구. 영업시간은 오전 11시30분∼밤 11시. 알사바 란 2∼6인용 세트메뉴 4만5,000∼9만9,000원, 치킨 카라히 3만4,000원, 빵 1,500∼3,000원. 10%의 세금, 봉사료 별도. (02)792-1488.
/양은경기자
맛 ★★★☆ 분위기 ★★★★ 서비스 ★★★★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