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 뇌성마비 장애인이 대학 졸업 이후 5년 만에 정상인들과 당당히 실력을 겨뤄 대기업 신입사원 공채시험에 합격했다.SK는 지난해말 실시된 신입사원 공채시험에서 중증 뇌성마비 장애인인 정훈기(28)씨가 정상인들과 실력을 겨뤄 6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시스템통합(SI) 업체인 SK C&C에 합격했다고 9일 밝혔다. 정씨는 지난 2일부터 다른 정상인 신입 사원과 함께 사내 연수를 받고 있다.
3살때부터 뇌성마비를 앓기 시작한 정씨는 1994년 대학입시에서 서울대 임산공학과에 합격, '최초 뇌성마비 장애인 서울대생'이라는 화려한 기록을 세웠다. 또 대학 입학까지 고통의 시간을 지탱해준 어머니의 헌신적인 뒷바라지 과정을 담은 한 기업 PR광고에 출연, 출연료 전액을 암투병중인 서울대 학생과 뇌성마비 학생들에게 전달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러나 우수한 성적으로 대학을 졸업한 그에게도 대기업은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취업의 문을 열어주지 않았다. 마침 외환위기까지 닥쳐 정씨는 대기업 취업의 꿈을 접어야 했다. 정씨는 "모두가 선망하는 대학을 나왔지만, 모두가 선망하는 기업에 들어가기란 결코 쉽지 않았다"며 "그로 인해 한동안 깊은 좌절에 빠지기도 했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정씨는 대학 졸업후 작은 벤처기업에 취업했지만 업무 보조 역할에 그치자 6개월만에 회사를 그만뒀다. 다시 이곳 저곳 취업을 해보려 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정씨가 새로운 도전에 나선 것은 99년 봄. 1년 동안 일본재활협회가 국립재활센터에서 실시하는 '더스킨 아시아태평양 장애인리더 육성사업'에 한국 대표로 참가, 시각, 청각, 소아마비 등 서로 다른 장애를 가진 4명의 아시아인과 함께 생활하고 돌아왔다. 그는 당시 경험을 모아 2000년 12월 '도전만이 희망이다'라는 책을 펴내기도 했다.
정씨는 "고령사회가 되면 몸이 불편한 노인들이 많아질 텐데, 장애가 있어도 불편하지 않은 세상을 만드는 IT엔지니어가 되는 것이 꿈"이라며 환하게 웃었다.
/황상진기자 apri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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