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트에 서면 그냥 행복하다. 뛸 수 있는 한 앞으로도 계속 코트를 지키겠다."9일 잠실 학생체육관에서 열린 2002∼2003 핸드볼 큰잔치 2차 대회에서 개인 통산 596골로 최다득점기록을 세운 허영숙(28·제일화재)은 대기록 작성의 기쁨을 핸드볼에 대한 애정표현으로 대신했다. 허영숙은 이날 상명대와의 경기서 7골을 추가, 이상은(전 알리안츠생명)이 갖고 있던 종전 역대 최다골 기록(592골)을 갈아치웠다.
정읍여고 졸업반 시절이던 93∼94시즌 조폐공사 소속으로 핸드볼 큰잔치에 처음 참가한 이래 10년 동안 한 시즌도 빠지지 않고 출전한 덕분이다. 10년이란 세월은 새내기 선수를 주부선수로 변신시켰고, 팀에서는 '왕엄마'란 별명을 얻었지만 핸드볼에 대한 그의 사랑은 언제나 한결같다.
허영숙은 조폐공사 입단 첫 해에 신인상을 차지하며 화려하게 등장했지만 6개월도 안돼 팀 해체의 불운을 겪었다. 새 둥지를 튼 동성제약도 97년 해체돼 제일화재 유니폼으로 갈아 입어야 했다. 이 과정에서 부상과 팀의 성적 부진으로 슬럼프를 수없이 겪었지만 지기 싫어하는 승부근성과 남편의 적극적인 외조가 그를 일으켜 세웠다.
2년전 결혼한 국가대표 육상선수 출신인 남편 박병준(30·안산공고 교사)씨는 신혼 집을 팀의 훈련 숙소가 있는 아파트에 구할 정도로 그를 극진히 배려했다. 지난해 한국체대 사회체육학과 야간부에 진학, 학업도 병행하고 있는 그는 "초등학교 4학년 때 멋모르고 시작한 핸드볼이 이제는 내 인생의 전부가 됐다. 나이는 들었지만 은퇴를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경기에서 지난해 우승팀 제일화재는 허영숙의 활약에 힘입어 상명대를 24-19로 꺾고 3연승, 대회 2연패를 향해 순항했다.
/박진용기자 hub@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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