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게임과 TV만화로 방안에서 뒹구는 아이들을 밖으로 꾀어내는 방법은 없을까. 다양한 교실 밖 체험을 통해 경험을 넓히고 장래 목표에 대한 단서를 찾는 것이 방학의 본래 의미인데도 대부분 노는 시간으로 생각하기 일쑤다. 비싼 캠프나 방학프로그램에 참가하지 않더라도 자녀와 부모가 함께 느끼고 성장하는, '알뜰 방학보내기'를 연구해보자.인터넷 학부모교육공동체 '마음에 드는 학교' 대표 홍준희씨는 "조금만 눈을 돌리면 한강 주변이나 마을 뒷산, 도심의 생태공원 등 쉽게 접할 수 있는 환경에서도 아이들의 꿈을 키워주고 감수성을 길러주는 보석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고 말한다.
사진을 통해 생태교육을 실시하고 있는 '아이가 있는 풍경'의 김미선씨는 "집 근처 가까운 숲으로만 가더라도 체험할 수 있는 것이 무궁무진하다"고 알려준다. 나뭇잎이 지고 앙상해진 겨울 숲은 생명이 무성한 봄·여름 숲에 비해 즐거움이 덜할지 모른다. 그러나 앙상한 가지 사이에 잎눈과 꽃눈을 숨겨두고 봄을 기다리는 나무엔 '인내하는 생명'이 있다.
겨울숲에서 관찰할 수 있는 포인트는 나무껍질과 겨울눈. 나무껍질은 나뭇잎과 마찬가지로 나무의 종류에 따라 모두 다르다. 나무껍질 모양을 기록해 두었다가 도감과 대조해 보거나, 봄이 왔을 때 돋아나는 잎과 대조해 나무의 이름을 확인해 볼 수도 있다. 집에서 가까운 숲이라면 아이들에게 자기 나무를 정해두고 규칙적으로 방문해, 나무의 변화를 관찰하게 하는 것도 좋은 학습법. 김미선씨는 어느 집이나 한대 씩 있는 자동카메라를 이용한 학습법도 소개한다. '숲에서 가장 나이 많은 것과 가장 나이 적은 것을 찍어오기' '달리면서 찍기' '셀프타이머를 이용한 사진찍기' 등 주제에 따라 사진을 찍은 뒤 집으로 돌아와 현상한 사진을 보면서 이야기 만들기를 한다면 훌륭한 통합학습이 된다는 것이다.
철새관찰, 별자리도 먼 길 떠나지 않고서도 충분히 즐길 수 있다.
충남 서산 천수만이나 철원평야 등 철새 도래지로 유명한 곳도 좋지만, 밤섬 중랑천 탄천 안양천 등 한강을 따라 달리는 지하철안이나 자동차안에서도 눈만 돌리면 새들의 군무를 구경할 수 있다. 특히 한강은 생태복원에 힘입어 청둥오리 흰뺨검둥오리 고방오리 새오리 비오리등 오리를 주로 만날 수 있는 장소가 됐다. 운이 좋으면 원앙이, 황조롱이, 말똥가리 등 천연기념물을 만날 수 있고 행주대교와 김포대교사이에선 흰죽지오리떼를 볼 수 있다.
자유로를 따라 고양시까지 달리다 보면 강변 갈대숲에서 재두루미를 만날 기회도 있다.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재두루미는 우리나라에 400∼500마리밖에 들르지 않는 희귀한 철새이다. 파주시 임진강변에서는 독수리도 볼 수 있다. 날개를 펼치면 길이가 3m에 달하는 독수리는 우리나라를 찾는 맹금류 가운데 가장 큰 철새. 파주지역 하늘에 수십 마리씩 날고 있는 것이 보인다.
고배율의 망원경이 있다면 금상첨화겠지만 쌍안경 정도로도 충분하다. 철새의 종류와 생태에 대해 궁금하다면 조류도감을 하나 준비할 만하다. 특히 밤섬, 여의도 한강시민공원의 철새 조망대에는 망원경이 비치돼 있고 야생조류연구회 소속 철새 안내원이 상주하고 있어 돈들이지 않고 철새 공부를 할 수 있다.
별자리 탐사도 빠뜨릴 수 없다. 춥고 맑은 날이 많은 겨울은 일년 중 별이 가장 잘 보이는 시기이다. 별을 보기 위해서는 도시의 불빛으로부터 떨어진 곳을 찾아가야 하지만, 서울에서도 별을 볼 수 있는 곳이 몇 군데 있다. 일산 연세대 천문대, 마포에 위치한 현암아이별학교, 불광동 테코등이 대표적이다.
출판사 현암사가 옥상에 설치한 천문대는 엄마와 아이가 함께 즐길 수 있는 장소이다. 매일 오후 7시부터 시작하는 별 강의를 듣고 아이들이 옥상에서 별을 관찰하는 동안, 엄마들은 1층에 마련된 북카페에서 책을 읽을 수도 있다.
불광동에 있는 망원경 제조업체 '테코'는 직경 4m의 천문돔을 회사 옥상에 설치, 매월 둘째 목요일에 일반인에게 공개한다. 단체는 수시 관측할 수 있다. 초등 5학년 이상을 대상으로 하며 예약이 필요하다. 천체 망원경을 통해 동전만한 크기에 고리모양의 테두리까지 또렷한 토성을 실제로 확인했을 때, 아이들의 기쁨은 두배가 된다.
겨울철 별자리가 가장 화려하다. 대표적인 별자리 오리온의 일등성을 비롯해 일등성들을 연결하면 육각형이 된다. 요즘 아이들이 즐겨 보는 TV인기만화 '그리스 가디언'을 통해 그리스 신화는 아이들 사이에서 상당한 인기를 얻고 있다. 별자리에 얽힌 그리스 신화를 들려주면 아이들의 흥미는 더욱 커진다.
자연체험을 할 때 많은 부모들이 원하는 것이 지식을 쌓는 것. 그러나 별의 등급 구분이나 겨울철새의 경로 등은 아이들의 머리에 오래 머무르지 않는다. '비가 왔을 때 땅에서 어떤 냄새가 나는지' '낙엽을 만졌을 때 느낌은 어떤지' 등 자연을 감상할 수 있는 열린 마음을 갖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김동선기자 ween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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