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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도는 돈" 370조… 증시 등돌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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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도는 돈" 370조… 증시 등돌려

입력
2003.01.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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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 주변의 자금동향이 심상치 않다. 부동산 가격이 하향 안정 기미를 보이고 있고, 시중 부동자금이 사상 최대 규모인 370조원 수준으로 급증했지만, 연초 유동성 랠리 기대감을 비웃듯 주식시장에선 오히려 돈이 빠져나가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차기 정부의 정책방향에 대한 불안감으로 증시의 큰손들이 주식을 팔아 투신의 단기상품에 돈을 넣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증시 자금 '썰물', 부동화 심화

9일 투자신탁협회에 따르면 주식형 수익증권 잔액은 7일 현재 9조2,924억원으로 지난해 9월 17일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주식 혼합형 잔액도 2000년 6월 이후 최저 수준인 13조4,253억원에 불과하다. 최근 2개월동안 1조원 이상 빠져 나간 셈이다. 잔액이 계속 줄자 기관은 올들어 8일까지 거래소에서 7,647억원, 코스닥에서 565억원을 순매도했다.

개인이 주식을 사기 위해 증권사에 맡겨 놓은 고객예탁금도 7일 현재 7조9,512억원으로 16개월 만에 8조원 밑으로 떨어졌다. 지난해 10월 이후 유출된 개인자금은 2조3,000억원에 달한다. 반면 자금의 단기 부동화 현상은 더욱 심화하고 있다.

대표적인 단기상품인 머니마켓펀드(MMF) 잔액은 7일 현재 56조3,280억원으로 올들어 1주일 사이 6조8,458억원이 늘었다. 단기 채권형 펀드 설정액도 37조3,535억원으로 2,433억원이 증가하는 등 시중자금이 단기상품으로 몰리는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때문에 금융권의 단기자금 잔액은 1월초 현재 총수신액(793조원)의 42.5%인 337조원이며 은행의 6개월 미만 정기예금(35조원)까지 합치면 사상 최대 규모인 371조원이 넘는다. 정부가 부동산 투기억제책을 발표한 지난해 9월 이후 22조원이 늘었다.

한투증권 신동준 연구원은 "연말 자금수요에 따라 투신권에서 빠졌던 시중자금이 불확실한 증시 전망으로 다시 들어오지 않고 있다"고 분석했다.

■개인 큰손 분배 중시에 불안감?

전문가들은 증시의 반등 가능성이 낮아져 연초 주식시장으로 부동자금이 유입될 것이라는 기대가 무너지면서 투자자금이 빠져나가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동원증권 김세중 연구원은 "개인투자자들은 전쟁 전에 미리 증시에 참여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학습효과를 통해 알고 있기 때문에 자금투입을 미루고 있다"며 "이라크전쟁 가능성과 이에 따른 유가 급등이 발목을 잡고 있는 한 620∼690선의 박스권 장세가 당분간 지속될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여기에다 정권 인수과정에서 불거지고 있는 정책 혼선도 증시를 외면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지적된다.

올들어 인수위 활동이 본격화하면서 양도차익 과세 검토, 상속·증여세의 완전 포괄주의 도입 등 분배 중시 정책들이 여과 없이 노출되면서 증시에 영향력이 큰 거액투자자들이 거부감을 느껴 자금을 회수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결국 증시의 수급은 또다시 외국인 매매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실적발표 시즌을 맞은 미국 증시의 불안으로 당분간 이들의 매수세를 기대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SK증권은 이날 보고서를 통해 유가 상승과 반도체 가격의 하락 가능성, 국제정세의 불안 등을 감안할 때 외국인이 대규모 순매수 기조를 유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동원증권 김 연구원은 우리 증시가 박스권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이라크전쟁의 가시화 각종 개혁정책에 대한 신정부의 명쾌한 입장 표명 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고재학기자 goindo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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