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9년 1월10일 벨기에 잡지 르 프티 뱅티엠에 에르제의 만화 '소련의 탱탱' 첫 회가 실렸다. 오늘날 유럽 만화를 상징하는 탱탱(Tintin)이라는 인물이 이 날 태어난 것이다. 한국인들에게 탱탱은 미국의 포파이나 일본의 아톰 만큼 유명한 만화 캐릭터는 아니다. 그러나 서점의 만화 코너가 미국과 일본 만화로 도배되다시피 한 유럽에서 탱탱은 그나마 유럽 만화의 자존심을 떠받치고 있는 캐릭터로 독자들의 열렬한 사랑을 받고 있다.본명이 조르주 르미인 벨기에 만화가 에르제(1907∼1983)는 작업 활동의 대부분을 탱탱 시리즈에 바쳤다. 그리고 탱탱을 통해서 단순한 잡지 만화가를 넘어 음유시인이자 정치평론가가 되었다. 1930년 첫 단행본 '소련의 탱탱'이 나온 이래 20여 종이 발간된 탱탱 시리즈는 그간 60개 언어로 번역돼 전세계에서 2억 수천만 권이 팔렸고, 애니메이션으로도 만들어졌다. 직업이 기자인 탱탱은 애견 밀루와 함께 전세계를 돌아다니며 숱한 모험 속에 뛰어든다. 탱탱은 유명한 만큼이나 알 수 없는 캐릭터이기도 하다. 독자들은 우선 탱탱이 이 인물의 성(姓)인지 이름인지조차 모른다. 1930년대에는 식민주의자의 기미를 풍겼던 탱탱은 1970년대에 들어서는 반제(反帝) 게릴라 편을 든다. 독자들이 그에 대해 확실히 알고 있는 것은 그가 결혼을 하지 않았고, 여자 친구도 없으며, 섹스에 전혀 관심이 없다는 것 정도다.
그러나 이 물렁물렁한 캐릭터는 일반 독자들만 아니라 세계적 명사(名士)들까지 팬으로 삼았다. 프랑스 대통령을 지낸 샤를 드골은 "사실 내 유일한 국제적 라이벌은 탱탱이다. 우리 둘은 거인에게 결코 속아 넘어가지 않는 소인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 거기서 거인이란 아마 미국이나 미국 문화를 뜻하는 것이리라.
고 종 석/논설위원aromach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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