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북한 핵 문제를 논의할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의 대미특사에 정대철(鄭大哲) 최고위원이 내정된 것으로 알려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당초 특사 후보로는 이홍구(李洪九) 전 총리와 유재건(柳在乾) 의원, 나종일(羅鍾一) 주영 대사, 조순승(趙淳昇) 전 의원, 문정인(文正仁) 연세대 교수 등이 치열하게 경합했지만 현역 중진의원인 정 위원이 최종 낙점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정 최고위원이 특사로 나서게 된 것은 우선 노 당선자의 뜻을 미국측에 가장 잘 전달할 적임자이면서, 동시에 최고위급 당 인사로서 갖는 무게 때문이다. 노 당선자의 대미특사는 실무적으로 핵문제를 협상할 외교관이 아니라, 정치적으로 미국에 당선자의 진지한 뜻을 설명할 인물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같은 차원에서 노 당선자는 '정치선배'로 오랜 상담역할을 해 온 정 위원에게 높은 점수를 준 것으로 알려졌다. 차기 당권주자로 중량감이 있는 데다 평소 노 당선자의 성격과 소신, 대북정책 방향을 가장 잘 알기 때문이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당선자의 의중을 잘 알고 그 입장을 적극 홍보할 수 있는 당 중진이 가야 한다"며 정 위원을 강력 천거했다는 후문이다.
노 당선자는 9일 시내 모 한정식집에서 김원기(金元基) 고문과 문희상(文喜相) 청와대 비서실장 내정자, 유인태(柳寅泰) 정무수석 내정자와 가진 저녁식사 자리에서 3시간여 동안 대화를 나누면서 대미특사 문제도 집중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노 당선자는 선대위 간부 만찬모임이 있었던 6일 밤 정 위원과 단둘이 북핵 문제에 대해 밀담을 나누는 등 남다른 신임을 보여왔다. 노 당선자는 이 자리에서 미국이 한반도에서 어떤 행동을 취할 경우 사전에 반드시 한국과 사전협의를 해야 한다는 대북정책 원칙을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가정보원 1차장과 민주당 총재 외교안보특보, 국정원장 외교특보를 지낸 나 대사는 막판까지 특사후보로 지목됐다. 외교가의 원로 중에선 주미대사를 지내고 외교·대북문제에 정통한 이 전 총리가 유력한 후보로 떠올랐지만 당선자와의 거리라는 기준 때문에 정 최고위원에게 임무가 돌아갔다.
이낙연(李洛淵) 대변인은 "10일중 미국측에 특사 지명을 통보할 것"이라며 "그러나 언론에 미리 발표하는 것은 외교 관례상 예의가 아니다"고 말했다.
/배성규기자 veg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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