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李健熙) 삼성 회장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직 수락 여부가 재계 안팎의 최대 관심사로 부상하고 있다.2월 임기가 끝나는 김각중(金珏中) 회장의 뒤를 이을 신임 전경련 회장은 재계를 대표해 재벌개혁 정책을 추진할 새 정부를 상대해야 하는 만큼 어느 때보다도 부담이 큰 게 사실이다.
이 때문에 재계에서는 기업 규모나 영향력면에서 국내 최대 그룹인 삼성의 이 회장이 맡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은 상태. 전경련 관계자는 9일 "28일 회장단 회의에서 이 회장을 만장일치로 차기 회장에 추대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회장의 마음은 여전히 오리무중인 상태. 이 회장은 지난해 9월 전경련 회장단 회의 때 차기 회장직을 맡을 것이냐는 질문에 "아직 그런 것을 생각하지 않고 있다"며 즉답을 피했다.
하지만 이후 재계 인사들이 '이 회장 이외 대안부재론' '삼성 역할론' 등을 앞세워 차기 회장직 수락을 거듭 요청하자 고민에 빠졌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때 삼성 관계자들은 "전경련 회장직과 관련된 어떤 질문에 대해서도 '한다, 안하다' 라고 말할 수 없는 상태"라고 말해 이 회장이 전경련회장직을 맡을 가능성이 높은 것 아니냐는 분석이 대두되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를 통해 새 정부가 상속·증여세완전포괄 부과, 계열분리신청제 도입 등 강도 높은 재벌개혁을 추진할 것이 확실시 되고 있고, 일부에서는 삼성이 가장 피해를 입을 것이란 시각마저 대두하자 이 회장의 전경련 회장직 수락이 힘든 것 아니냐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 회장이 전경련 회장을 맡을 경우 '개혁의 대상'이 될 수도 있는 삼성의 총수로서 부담이 너무 크고 자칫 전경련 회장직 수락이 진의와 달리 새 정부와 타협을 모색하려는 움직임으로 비쳐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이 회장의 전경련 회장직 수락 여부는 오로지 이 회장 자신만이 알 것"이라고 말했다. 이 회장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 주목된다.
/황상진기자apri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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