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대형화 일변도의 현행 금융 구조조정 방식에 대해 이의를 제기, 대형화의 '적정성'을 둘러싼 논란이 다시 가열되고 있다. 특히 조흥은행 매각을 계기로 국내 은행산업이 대형은행 중심의 '빅4 체제'로 급속 재편될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차기정부의 이 같은 문제의식이 은행권의 합종연횡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9일 금융감독위에 따르면 대통령직 인수위 업무보고 과정에서 일부 인수위원들이 "은행산업에서 대형화만을 추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을 제시, 금감위측과 격론을 벌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민주당 정책위원회는 14일 오전 10시 국회의원 회관 1층 소회의실에서 '은행산업 발전방안 공청회'를 열어 대형화 위주로 진행중인 금융 구조조정 방향을 원점에서 재조명한다는 계획이어서 논란이 더욱 확산될 전망이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은행산업 구조조정은 은행 숫자가 우리 경제 규모에 비해 지나치게 많다는 이른바 '오버 뱅킹(Over Banking)' 논리에서 출발한다. 중복투자와 과당경쟁을 막기 위해 중소형 은행간의 인수합병을 통한 대형화가 필요하다는 것. 정부가 공적자금 투입은행의 정부지분을 처분하는 과정에서 소수 우량은행 중심으로 은행산업을 재편하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금융권 일각에선 "한 국가 안에 몇 개의 은행이 적정한지에 대한 정답은 없다"며 대형화 지상주의가 독과점 폐해 등 부작용만 초래할 것이라는 경고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국내 은행산업이 대형은행 중심의 독과점체제로 바뀔 경우 은행들의 카르텔에 따른 소비자 피해는 물론 다자(多者) 경쟁에 비해 리스크 분산이 제대로 안되면서 대형부실 사태마저 우려된다는 것. 은행들이 이른바 '대마불사(大馬不死)'의 자신감에 사로잡혀 자산건전성 관리를 게을리 하는 등 도덕적 해이에 빠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는 주장이다. 인수위원들도 금감위 업무보고 과정에서 "몇 개 안되는 대형사만 있을 경우 독과점에 따른 위험이 더욱 높아질 수 있으며 국민·주택은행의 통합이 현재 어느 정도의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는지도 불투명하다"는 의견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대형화가 국내 금융산업 환경에 맞지 않는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금융연구원 관계자는 "씨티은행이나, HSBC, 도이체방크 등 세계 유수의 은행들은 자국내 영업비중 보다는 해외에서의 영업비중이 훨씬 크기 때문에 대형화를 통해 브랜드가치 등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며 "그러나 국내 시장 집중도가 높은 국내 은행들의 경우 조그만 땅덩어리 안에서 점포수만 늘리는 대형화가 과연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득실을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미래에셋증권 한정태 팀장은 "은행업은 결국 서비스의 차별화에서 성패가 좌우되는데 틈새분야도 없이 일방적으로 몸집부터 키우고 보자는 식의 현재의 대형화는 부작용이 적지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변형섭기자 hispe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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