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시흥시 정왕동 오이도. 신석기시대 패총과 집자리를 비롯해 초기 철기시대와 백제, 통일신라 시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유적·유물이 발굴된 이곳은 한국수자원공사가 추진한 대규모 물류단지 개발사업으로 한때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 시의회와 시민단체 등의 끈질긴 노력 덕분에 지난해 3월 사적 지정이 이뤄졌지만 수자원공사가 이미 220억원을 들여 부지조성 공사를 마친 상태여서 보상 문제를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이처럼 대규모 개발에 따른 문화재 훼손과 예산 낭비 등 부작용을 줄일 길이 열렸다.전국의 문화유적 분포와 각 유적에 관한 정보를 데이터베이스(DB)화하는 '문화재 지리정보체계(GIS)' 구축사업의 1단계인 GIS 통합 프로그램 시제품 개발이 완료됐다. 문화재청은 9일 올해 주요업무 계획 설명회에서 한국지질자원연구원에 의뢰해 개발한 GIS 프로그램과 이를 활용해 구축한 충남 부여군, 전북 익산시 등 10개 시·군의 문화유적 DB를 선보였다.
문화재 GIS는 시·군·구 단위로 지정·비지정 문화재와 매장 문화재 분포 현황을 축적 5,000분의 1 지도에 표기해 DB화한 것. 따라서 개발 계획 단계에서 해당 지역과 주변의 문화유적 분포를 미리 확인, 문화재 훼손과 사후 계획 변경에 따른 경제적 손실을 크게 줄일 수 있다. 또 일반인도 인터넷을 통해 특정 지역의 유적 분포와 관련 정보를 검색할 수 있다.
남은 과제는 문화재 분포 예측 시스템, 즉 유적이 묻혀있을 가능성이 높은 지역을 찾아내는 프로그램 개발. 한국지질자원연구원 관계자는 "지난해 1차로 증권사가 쓰는 확률 계산 기법을 활용해 청동기, 조선 중기 등 4개 시기를 대상으로 주거지 분포 예측 모델을 개발했으나 검증 결과 아직 적중률이 10∼86%로 큰 편차를 보여 수정,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명희 매장문화재과장은 "미국 일본 등 선진국은 1990년대부터 문화재 GIS를 활용, 문화재를 효율적으로 보존·관리하고 있다"면서 "올해 안에 예측 시스템 개발을 마치고 내년 시범 운영을 거쳐 2005년부터 본격 운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희정기자 jay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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