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거없는 사실을 유포한 데 대한 법적 책임을 묻겠다." '축구협회 법인화 논란 증폭' 제하의 본보 기사(42면)가 나간 9일 오전. 축구협회는 "협회를 횡령이나 일삼는 단체처럼 묘사했다"며 발끈하고 나섰다. "우리는 떳떳한데 왜 밖에서 흔들어 대는 지 모르겠다"는 '정치성' 항변도 이어졌다.주무부처인 문화관광부 등이 행정과 재정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축구협회 법인화를 추진하기로 방침을 정한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에 맞서 협회측은 나름의 명분을 내세우며 반대입장을 굽히지 않아 논란이 계속돼 왔다. 협회 일각에서는 법인화 논란이 대통령선거 당시 정몽준 회장 행보에 대한 정치적 보복이라는 시각도 노출되고 있다.
이처럼 다소 복잡하게 얽혀있는 법인화 논란에 대해 기자의 입장에서 옳고 그름을 따지기는 매우 곤란하고 위험하기도 하다.
다만 그 과정에서 협회측이 보인 일방적 손사레는 못내 가슴에 걸린다. 축구협회가 왜 법인화논란의 대상이 됐을까. '억울하다'는 말을 되뇌이기 전에 정치적인 측면을 제외하고 순수하게 협회운영의 투명성과 합리성, 효율성을 제대로 되짚어 보았는 지 묻고 싶다. "자정 능력을 갖췄다면 왜 방만한 재정 운영 등에 대한 의혹이 제기되겠느냐"는 네티즌 등의 지적은 어떻게 설명할지 궁금하다.
축구협회는 이제 연간 예산이 400억원(2002년)이 넘는 '위상'을 갖췄다. 그러나 그 위상은 대부분 축구팬, 즉 국민들이 만들어준 것이다. 그 엄연한 현실위에 "몇 푼(법인화 단체에 대한 정부지원금) 받고 감 내놓아라 배 놓아라 하는 시어머니를 모실 필요가 있느냐"는 말만 되풀이하는 것은 실망스럽다.
협회가 나가야 할 방향이 법인화가 아닐 수도 있다. 그러나 자성은 뒤로한 채 '결백하다'는 주장만 내세우는 한 축구에 대한 국민적 사랑도 식을지 모른다.
이종수 체육부 기자 j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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