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가 형법과 형사소송법 개정 초안을 마련하면서 검찰 구속수사 기간을 현행 20일에서 최장 6개월로 연장하는 것과 참고인 구인제도 도입 방안을 추진하자 논란이 일고 있다.법무부는 구속 연장 대상을 조직폭력, 마약, 테러, 살인, 수뢰 등 중대범죄로 국한했다고 밝힌 반면, 인권 단체는 '무죄추정'이라는 대원칙에 비춰볼 때 6개월씩 구속할 수 있는 조항은 수사권 남용이라고 지적했다.
이춘성(李春盛) 법무부 공보관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의 김인회(金仁會) 수석사무차장으로부터 양측의 의견을 들어본다.
/송두영기자 dysong@hk.co.kr
● 찬성
"테러, 마약, 살인 등 특정강력범죄를 수사하면서 구속 기간 부족으로 수사를 포기해서는 안됩니다." 이춘성 공보관은 미국, 프랑스, 영국 등 변호인 신문 참여를 인정하는 국가들은 모두 기소전 구속 수사기간을 연장하고 있으며, 특히 중대범죄에 대해서는 수사 기간의 제한이 없다고 설명했다. 또 "마약 사범 등 중대 범죄에 대해서는 범죄사실로 기소한 후 계속 수사할 수 밖에 없다"면서 "이들 범죄에 대해 충분히 수사한 뒤 구속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구속기간을 연장하는 대상 범죄를 제한하고 법원의 엄격한 연장허가를 통해 수사하기 때문에 인권침해 요인이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참고인 구인제도와 관련해서는 "법관의 영장을 받아 구인 대상을 한정하기 때문에 외국보다 인권침해 요인을 크게 줄였다"고 말했다. 이어 "정확한 수사를 위해서는 자백에 의존한 수사를 탈피해 목격자 등 제3자의 진술이 절실하다"면서 "변호인 신문 참여를 인정하는 외국도 모두 참고인 구인을 인정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기존의 형사소송법에 비추어 볼 때 범행과 무관한 시민이 구인되는 제도는 새로운 것이 아니다"며 "특별검사의 참고인 동행 명령의 경우에도 인권 침해 논란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 공보관은 "범죄와 관련없는 시민을 강제 구인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의견이 있으나, 시민의식이 성숙한 선진 외국의 경우 모두 구인을 인정하고 있다"면서 "범죄로부터 사회 공동 방어를 위한 시민의 참여와 협조는 근대 시민 사회의 기본"이라고 강조했다.
이 춘 성 법무부 공보관
● 반대
"인신 구속은 헌법에 의해 보장되고 있는 신체의 자유 등 기본적 인권을 침해하는 것이기 때문에 엄격히 제한되어야 합니다"
김인회 사무차장은 '수사의 필요성'이라는 목적으로 구속기간을 지나치게 장기화하는 것은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기본적인 인권을 침해하는 것이기 때문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김 차장은 "현행 형사소송법은 일반범죄의 경우 구속기간이 최장 30일(경찰 구속기간 10일 포함)이나 된다"면서 "이를 다시 6개월로 연장한다는 것은 과학수사를 하기보다 자백위주의 수사를 계속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그는 "구속피고인에 대한 법원의 재판 기간도 4∼6개월로 한정돼 있는데 법원보다 피의자의 권리가 취약한 수사과정에서 이 정도로 구속기간을 늘리는 것은 논리적으로도 맞지 않다"고 주장했다. 또 "참고인 구인은 대상자의 신체의 자유를 일정기간 제한하는 강제 처분인 만큼 그 자체가 헌법의 기본적 인권을 침해하는 행위"라면서 "피고인에 대한 신체의 자유 제한 외에는 매우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참고인은 수사상 반드시 필요하지만 신체의 자유를 제한할 만한 정도의 징벌을 가하면서까지 자백을 강요 받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김 차장은 "날로 지능화, 조직화하고 있는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 연장 등으로 대응하는 것은 인신의 자유를 지나치게 억압하는 점 외에 범죄에 대한 정확한 대응도 아니다"며 "수사기관의 인력과 예산 확충 등을 통해 과학수사를 지향해야 한다"고 결론 지었다.
김 인 회 민변 수석사무차장
● 개정 과정
법무부는 지난해 말부터 대법원, 대한변호사협회, 국가인권위원회 등 관계기관과 법조계 학계 등에 의견을 구하고 있다.
의견 조회가 끝나면 개정안을 입법예고한 뒤 공청회 등 의견 수렴을 거쳐 올 상반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상정할 계획이다. 국회 법사위는 상정된 안건을 심의한 뒤 소위원회 전체회의를 거쳐 의결될 경우 본회의에 상정, 본회의에서 개정 여부를 결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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