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1 테러로 가족을 잃은 미국인 여성 4명이 8일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에서 이라크 전쟁에 반대한다는 성명을 내고 평화를 촉구했다.미국이 주장하는 전쟁 명분 중 하나가 "대량 살상무기를 가지고 있는 이라크를 공격하지 않으면 제 2의 9·11이 일어날 것"이라는 점에서 이들의 반전 성명은 주목을 끈다. "안보를 위한 전쟁은 정당하다"는 것이 테러 공포에 떨고 있는 미국인들의 일반적인 생각이기 때문이다.
1주일 일정으로 6일 바그다드에 도착한 유족들은 아마리야 빈민수용소가 있던 자리에서 성명을 발표했다. 이곳은 1991년 걸프전 때 미국이 이라크 고위 관리들의 은신처로 오인해 폭탄을 투하, 민간인 400여 명이 숨진 장소다.
유족들은 수용소 앞에 영어와 아랍어로 '모두에게 평화로운 미래를'이라고 쓴 깃발을 내걸고 "폭력과 전쟁은 어떠한 명분으로도 정당화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9·11로 삼촌을 잃은 캐트린 틴리는 "바그다드에 와서 전쟁을 걱정하는 가난한 이라크 사람들을 만났다. 이 세상 어떤 누구도 다른 사람에게 가족을 잃는 슬픔을 겪게 할 자격은 없다"라고 말했다.
간호사였던 언니 로리를 떠나 보낸 크리스티나 올슨은 기타를 연주하며 자작 추모곡을 불렀다.
이번 행사를 기획한 반전단체 '평화로운 미래' 관계자는 "미국 정부가 주장하는 대 테러전의 부당함을 전세계에 알리기 위해 전쟁이 언제 터질지 모르는 위태로운 시기를 선택했다"면서 "폭력은 더 큰 폭력을 낳을 뿐"이라고 말했다.
/최문선기자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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