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리(77)씨의 역사 장편소설 '토지'를 쉽게 읽어낼 수 있도록 분량을 줄이고 내용을 재구성한 '청소년 토지'(사진·이룸 발행)가 출간됐다. 소설 '토지'는 집필 기간 26년, 1897년에서 1945년까지 50여년의 시간적 배경과 경남 하동에서 만주, 일본 도쿄(東京)에 이르는 공간적 배경, 5세대에 걸친 700여 명의 등장인물 등 규모만으로도 방대한 것이어서 청소년들이 작품을 완독한다는 것은 어려웠던 게 사실.'청소년 토지'는 박경리씨가 '토지' 전문 연구자로 잘 알려진 최유찬 연세대 교수, '토지'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이상진씨와 함께 기획·논의하는 과정을 거쳐 만들어졌다. 원고지 3만여 매에 달하는 원본 분량을 5,000여매로 축소했다. 청소년 독자에 맞춰 문장을 쉽게 다듬고 일부 이야기의 순서를 바꿨다. 전체적인 작품 이해를 돕기 위해 각 권 마지막 장에 역사적 배경이 되는 사건과 주요 인물을 정리했으며, 동양화가 김옥재씨의 삽화를 함께 실었다. 소설적 사건 전개보다 논설에 가까운 사상적 논제들로 구성된 4부와 5부는 서사 위주의 이야기로 바꾸었다. 청소년판 '토지'는 제1부 세 권이 나왔으며, 6월에 전12권으로 완간될 예정이다.
'청소년 토지'이지만 독자층은 폭 넓게 확대될 수 있다는 게 기획자들의 설명이다. 방대한 분량과 복합적인 서사구조 때문에 일반 독자들조차 전권을 제대로 다 읽는다는 것은 '도전'이었기 때문. '토지'를 처음 완간한 솔출판사조차 '일반인을 위한 쉬운 토지'를 기획했을 정도였다. 박경리씨는 "일제시대의 핍박과 억압 속에서 헐벗고 굶주리면서도 우리의 것을 지키려 저항했던 그 시절을 잊을 수 없다. '토지'는 해방 순간에서부터 거슬러 올라가 약 100년 동안의 우리 민족 삶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래서 항상 청소년들도 '토지'를 읽어주기를 열망해 왔다. 체력이 미치지 못해 다른 분들에 의해 재구성돼 청소년들이 읽게 되는 것이 죄송하고 슬프다"고 말했다.
/김지영기자 kimj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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