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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흥진의 할리우드 통신/누드는 필요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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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흥진의 할리우드 통신/누드는 필요악?

입력
2003.01.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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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상영중인 공상과학 드라마 '솔라리스'는 당초 미국영화협회 등급심사위로부터 R등급(17세 미만 관람시 부모나 성인 동반)을 받았다. 주인공 조지 클루니가 아내(나타샤 맥엘혼)와 나체로 춤을 추는 장면에서 클루니의 맨살 엉덩이가 노출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은 "클루니의 나체는 단순한 눈요기 거리가 아니라, 부부간의 지극한 사랑을 표시하기 위한 예술적 수단"이라며 재심을 요청, PG-13 등급(13세 미만 관람시 부모의 적극적 안내 필요)을 받아냈다.1973년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감독의 '파리에서의 마지막 탱고'에서 완전 나체의 말론 브랜도와 마리아 슈나이더가 섹스 도구로 버터를 사용하면서 노골적인 성행위를 해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한 뒤로 지금까지 스타들의 나체장면이 과연 예술이냐 장삿속이냐 하는 논란이 거듭돼왔다. 올해만 해도 오스카상을 탔거나 후보에 올랐던 여배우들인 할리 베리, 니콜 키드먼, 케이트 윈슬렛, 시시 스페이섹, 헬렌 미렌 등이 자기 역을 위해 서슴없이 옷을 벗었다.

'몬스터 볼'로 올해 오스카 주연상을 탄 베리는 여기서 젖가슴과 온 몸을 드러낸 채 맹렬한 연기를 했다. 영화관계자들은 베리의 이같은 물불 안 가리는 투혼이 그에게 주연상을 안겨준 직접적 원인이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베리는 존 트라볼타와 출연한 '스워드 피시'에서도 가슴을 노출했는데 당시 그가 출연료 외에 고액의 돈을 더 받았다는 얘기가 나돌았다.

지난해 '언페이스풀'(사진)에서 연하의 남자와 나체로 혼외정사 장면을 보여줬던 다이안 레인은 옷을 벗은 게 리얼리즘 때문이라고 말한다. "나체정사 없는 불륜의 얘기는 고기 없는 햄버거와 같다"는 게 그 이유.

한국에서도 노골적인 섹스장면이 없으면 영화장사가 잘 안 되듯이 할리우드에서도 여자배우가 젖가슴이나 알몸을 보여주면 손님이 더 드는 것이 사실이다. 스타들의 나체 연기가 리얼리즘보다는 돈벌이 때문이라는 주장도 그래서 나온다. 또 여배우가 한 번 자극적인 나체장면을 연기해 화제가 되면 비중있는 작품에 출연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설도 있다. 샤론 스톤이 '원초적 본능'에서 속옷을 입지 않은 채 다리를 이리 저리 꼰 뒤 마틴 스콜세지의 '카지노'에 출연한 것을 그 예로 들고 있다. 여배우가 나체를 보여줘 섹시하다는 인상을 심어 놓아야 잘 팔린다는 것이 할리우드의 보편적 논리다.

그러나 영화에서 결코 옷을 안 벗는 여배우들도 있다. 줄리아 로버츠, 산드라 불럭, 새라 제시카 파커, 카메론 디아즈 등은 계약 때 어디까지만 벗는다는 조건을 명기한다. 로버츠의 빅히트작 '프리티 우먼'에서 그녀의 나체는 대역 쉘리 미셀의 것이었다. 남자 스타로 옷을 안 벗는 사람은 존 트라볼타.

이제 할리우드에서 나체장면 중 마지막 터부는 남자의 성기 노출. '부기 나이츠'에서 마크 왈버그가 보여준 대형 성기는 인조였다.

/한국일보 미주본사 편집위원·hjpark@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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