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인상적인 영화'를 묻는 질문에 '육식동물'이라고 답했던 A씨. 그는 고 김기영 감독의 키치적이고 악마적인 에로티시즘을 높이 평가할 만한 영화적 지식이 있는 사람은 아니었다. 아니나 다를까 "당구대 위로 유리 구슬이 쫙 흩어지는 가운데 벌어진 정사신이 죽였다"는 설명. 이후로도 그는 중국 에로영화 '밀도성숙시'나 국산에로 '○○부인' 시리즈물의 주 고객이다. 평소 그의 영화적 취향을 알고 있던 바 '색즉시공'을 추천했다. 반응은 '핫'했다. "돈 아깝다. 그건 영화로 볼 게 아니더라"라는 반응. A는 곧 마흔이 된다.문학소녀의 면모를 가진 B씨. 새침한 성격에 평소 음담패설 자리에도 끼어들지 않는 B씨가 '몽정기'를 재미있게 보았다는 말이 다소 의외다. 이어 '색즉시공'을 보러 간다는 소식에 속으로 생각했다. 후회할 걸! 그러나 며칠 후 그녀는 '쿨'하게 답했다. "재미있던데요 뭐." B씨는 곧 서른이 된다.
적어도 지금의 30, 40대 이상은 극장에서 '영화적인 것'을 보기 원하고 있는 반면, 10대나 20대는 '덜 영화 같은 것' 바꾸어 말하면 그들의 일상에 가까운 것을 원하고 있다는 생각이다. '색즉시공'의 성공은 여대생들의 '치마' 속을 비춘 것 때문이 아니라 '차마…' 영화라는 '공공 매체'를 통해 듣거나 볼 것으로 기대하지 않았던 파격을 보여준 데서 가장 큰 점수를 얻은 것 같다. 실제로 '색즉시공'은 싸구려 섹스 코미디와 과도한 친구 '이지메'(괴롭힘)에 신파극까지 억지로 끼워 넣은 가증스러운 오락영화라는 평가와 "한국영화가 처음 시도한 본격 코미디 성공작"이라는 극단적 평가 사이를 오가고 있다.
요즘은 시들해졌지만 '인어 아가씨'의 인기도 아마 '차마…'에서 비롯된 것 아닐까. 대사는 '따따부따'지만 가족주의 틀을 완강히 지키고 있는 김수현 드라마에 비해 '인어 아가씨'는 '사람 아니면 사람 대접 안 한다'는 논리로 무장하고 아버지며 아버지의 아내에게 마구잡이로 퍼부어댄다. 시청자는 아리영에게 반한 것이 아니라 수 십 년간 보아온 저녁 드라마의 도덕적 틀을 과감히 깨버렸다는 점에 후한 점수를 주는지도 모른다.
기껏 철봉대를 잡고 몸의 욕망을 달래는 '몽정기'보다 '색즉시공'의 상업적 파괴력이 더 큰 것은 "여기까지만" 하는 식의 영화적 절제 혹은 자기 검열이 적었기 때문이다. '색즉시공'의 성공으로 앞으로 더 공격적이고 자극적인 영화가 봇물을 이룰 터. 스크린에는 정액과 타액이 가득해 영화가 후각 매체가 아니라 시각 매체인 게 참으로 다행으로 여겨질 한 해가 될 것 같다.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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