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명 중 1명이 외국인인 서울에 아직 그들을 위한 영어자막 한국영화 상영관이 한 군데도 없다. 이를 안타깝게 여긴 '문화게릴라'가 6개월여 노력 끝에 11일 금호리사이틀홀에 그들을 위한 영화관을 개관한다. 문화 콘텐츠 수출 전문업체인 서울셀렉션의 김형근(41) 대표.이미 그는 지난해 4월부터 10개월 동안 회사 사무실에서 일주일에 세 번씩 DVD로 영어자막 한국영화를 상영해왔다. "장소도 좁고, 불편하고, TV화면인데도 기대 이상이었다. '취화선' 때는 한꺼번에 40여명이 몰려오기도 했다. 외교관, 교사, 기업체 직원, 구세군에서 일하는 사람 등 직업도 다양하다. 상영 후 그들이 자연스럽게 한국영화에 대해 의견을 서로 나누는 모습이 즐거웠다."
가능성을 확인한 그는 문화관광부에 상설 상영관을 만들자고 건의했다. 서울에 살고 있는 외국인들의 입을 통해 한국영화를 세계에 알리고, 장기적으로는 수출에 도움을 주자는 판단에서다. "한국영화가 다양해졌다는데 정작 서울의 외국인들은 그것을 확인할 길이 없습니다. 다행히 '오아시스'는 영어자막으로 볼 수 있었지만, 한국영화에는 '울랄라 시스터즈'도, '조폭마누라'도 있잖아요."
그의 뜻에 공감한 문화관광부가 선뜻 대관료를 지원해주어 그의 꿈은 성사됐다. 주말에만 문을 여는 상설 영화관과 별도로 지금까지 해온 회사 사무실에서의 영화상영도 매주 한번씩(수요일 오후7시30분) 병행할 계획이다. 욕심이라면 강남에도 금호리사이틀홀 같은 상설 상영관이 한 개 더 생겼으면 하는 것.
지난 해 3월 기자(연합뉴스)생활을 그만두고 서울셀렉션을 차린 김 대표는 우리 책 400여종, 한국영화 DVD 200여종, 가요 CD 100여종을 해외에 알리고 파는데 열을 쏟고 있다. 지난해 10월에는 영국 옥스퍼드대학에 있는 한국아카이브에 우리영화 70편을 DVD로 수출했다. 강우석 감독이 메가폰을 잡을 '실미도'의 시나리오를 영문으로 번역하고, 미국 콜롬비아영화사가 이 영화에 제작비를 투자하도록 만든 주인공이기도 하다.
/이대현기자 leedh@hk.co.kr
■ 외국인용 상설 한국영화관
서울 종로구 사간동내 금호미술관 3층에 있다. 171석 규모. 180인치 스크린에 DVD 프로젝트로 토요일(오후 2시 30분)과 일요일(오전 11시 30분)에만 상영한다. 관람료는 5,000원.
개막작은 '공동경비구역 JSA'이며 매주 다른 작품을 상영한다. 지금까지 영어자막 DVD로 출시된 200여편의 한국 영화 중 우선 40편을 골라놓았다.
'고양이를 부탁해' '번지점프를 하다' '엽기적인 그녀' '마리이야기' '결혼은 미친 짓이다' 등 최신작은 물론 김수용 감독의 '갯마을' 같은 고전도 섞어 외국인들에게 한국영화의 전반적인 흐름도 짚어볼 수 있도록 했다. 물론 중간중간 새로운 영화가 나오면 그때마다 곧바로 상영할 계획이다. (02) 734―95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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