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차기 청와대 비서실장으로 내정된 문희상(文喜相) 의원의 인선은 하루 만에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관련기사 5면노무현(盧武鉉) 대통령 당선자는 전날인 7일 문 의원을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별관 집무실로 불러 청와대 비서실 개혁방향과 비서실장 역할 등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주로 노 당선자가 자신의 구상을 밝힌 뒤 문 의원에게 의견을 듣는 방식이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노 당선자는 자신의 국정운영을 보좌할 비서실장을 결정하지 못한 상태였다고 한다. 하지만 35분간 계속된 두 사람간 대화에서 노 당선자는 청와대 개편에 대한 자신과 문 의원의 뜻이 다르지 않은 것을 확인, 이날 밤 문 의원을 최종 낙점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문 의원이 당 내외에 교분이 넓으면서도 정치개혁에 뛰어난 전략마인드를 갖춘 점 등이 고려돼 발탁했다는 후문이다. 이 과정에서 노 당선자는 자신의 '정치적 사부'로 불리는 김원기(金元基) 고문, 정대철(鄭大哲) 최고위원과도 상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 의원은 8일 오전 이낙연(李洛淵) 당선자 대변인의 공식 발표가 있기 전까지만 해도 자신의 비서실장 내정 소식에 대해 반신반의하는 분위기였다.
그는 "어제 노 당선자를 만났을 때 혹시 비서실장을 맡아달라고 하지 않을까 기대를 했던 것은 사실"이라며 "그러나 마지막에 노 당선자가 '적당한 인사를 추천해달라'고 부탁해 당황했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노 당선자는 내심 문 의원을 낙점해놓고도 인사 발표는 이 달 중순께 할 예정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비서실장 인사를 일찍 발표할 경우 1998년처럼 인수위 활동이 크게 위축되고 비서실장을 중심으로 힘이 쏠리는 부작용 등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날 일부 신문에 문 의원의 비서실장 내정이 보도되자, 노 당선자는 내부 회의 끝에 곧바로 인사를 발표토록 지시했다. 문 의원은 이와 관련, "난 항상 언론 덕을 보는 사람이다. 5년 전에도 똑 같은 상황에서 언론이 나를 정무수석으로 임명해 줬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전광석화 같은 노 당선자의 인사 스타일에 대해 "주변 상황에 별로 개의치 않는 노 당선자의 성격과 더불어 노 당선자 주변의 제한된 인재 풀과 무관치 않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박정철기자 parkjc@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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