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소더버그 감독의 감각이 살아났다는 것은 더 이상 뉴스가 아니다.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데뷔작 '섹스, 거짓말 그리고 비디오 테이프'(1989) 이후 10년 동안 '죽을 쑤던' 그는 2000년 줄리아 로버츠가 주연한 '에린 브로코비치'로 살아났고, '트래픽' (2000)과 '오션스 일레븐'(2001)을 연속 히트시켰다. 한 감독의 작품 리스트라고 보기 힘들 정도로 제 각각인 영화들이다.그가 제작한 새 영화 '웰컴 투 콜린우드'도 재기발랄하다. 신인 감독인 앤소니와 조이 루소 형제를 발굴, 아이디어로 반짝거리는 정통 코미디를 만들었다. 지난해 칸 영화제 감독주간 폐막작으로 선정돼 호평을 받았다.
주인공은 7명의 도둑들. 30만 달러짜리 금고를 털려 한다. 하지만 꿈만 야무질 뿐, 냉철하고 치밀하게 계획을 실행할 만한 사람은 하나도 없다. 코지모(루이스 구스만)를 제외하고는 잔인하거나 탐욕스러워 보이지도 않는다. 그들은 코지모의 정보가 한 다리 건널 때마다 얼떨결에 끼어 든 변두리 마을 콜린우드의 별 볼일 없는 인사들이기 때문. 정식 경기 한번 뛰어본 적 없는 아마추어 복서 페로(샘 록웰), 고소공포증이 있는 할아버지 좀도둑 토토(마이클 제터), 아내를 감옥에 보내고 혼자서 아기를 돌보는 구멍가게 주인 라일리(윌리암 H. 메일리) 등등. 전직 금고털이 앤트워프(조지 클루니)에게 비법을 전수 받지만 시작부터 엉성하게 출발한 도둑질은 뜻하지 않은 사건의 연속 만난다.
관객의 웃음은 뜻하지 않은 바로 그 사건들에서 터진다. 이때쯤 뭔가 웃긴 일이 터질 것 같다는 기대를 갖게 하다 예상을 빗나가는 상황을 만들어 낸다. 그것도 연속적으로. 처음에는 조금 유치하다 싶어 웃음을 아끼려 하지만 뒤로 갈수록 웃음소리가 커지고 마지막 대형사고에 이르면 배를 잡고 웃을 지경이 된다. 등장 인물들의 상황과 마찬가지로 관객의 웃음 역시 점층법이다. 각각의 인물과 이야기를 정밀한 계산 아래 쌓아올린 루소 형제의 연출력은 신인으로는 생각키 어려울 정도로 짜임새 있다. 한국 관객들에게는 그리 낯이 익지 않은 배우들의 탄탄한 코믹 연기도 칭찬할 만하다. '오션스 일레븐'에서 소더버그 감독과 의기투합한 공동제작자인 조지 클루니는 이름값으로는 최고지만 연기에 있어서는 가장 떨어진다. 원제 'Welcome to Collinwood'. 17일 개봉. 15세 관람가.
/김지영기자 koshaq@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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