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인수위원회 주변에서 검찰 개혁과 관련해 견해가 분분하다. 별도의 수사권을 가진 공직자비리조사처를 신설한다든지, 특별검사를 상설화한다든지, 검사인사위원회에 외부인사를 포함시키고 그 권한을 강화한다든지 하는 것들이다. 아직은 검토단계라고 하지만 하나하나가 검찰의 모습을 크게 바꿀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검찰 개혁은 반드시 필요한 시대적 과제이지만, 제도적 변화가 반드시 개혁을 담보하는 것은 아니다.오늘날 '검찰의 일그러진 모습'은 따지고 보면 정치권력과 검찰조직이 반반씩의 책임을 져야 한다. 정권의 향배에 따라 검찰 수뇌부를 대구·경북(TK) 출신에서 부산·경남(PK)으로, 그리고 호남 출신 인사로 채워왔던 상황에서 '검찰의 중립화'가 설 땅이 없었다. 대통령이 자신의 정치적 선호에 맞는 인사들을 검찰의 주요 보직에 임명해놓고 검찰 조직이 탈 정치화하기를 바라는 것은 그야말로 연목구어(緣木求魚)가 아닐 수 없다.
그런데 김원기 민주당 개혁특위위원장이 "정권이 바뀐 이상 검찰총장은 남은 임기에 관계없이 대통령의 신임을 묻는 게 도리"라고 말했다. 인수위 관계자들도 "검찰의 개혁을 위해서는 그에 걸맞는 인사가 총장이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고 한다. 크게 경계할 일이 아닐 수 없다. 개혁의 명분 아래 법에 보장된 임기제를 무시하고 대통령의 취향에 맞는 총장을 새로 임명하면 그 총장이 과연 정치권력에 대해 당당한 자세를 가질 수 있을까 의문이다.
대통령과 정치적 입장이 다른 검찰총장이 있을 수 있다는 것, 그런 환경을 정치권력이 용인할 수 있다는 것이 바로 검찰 개혁의 첫 걸음이다. 검찰 수뇌부의 인선에 정치권력이 간여하지 않는다면 검찰 개혁의 반은 이루어진 것이다. 혹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그래서 현 검찰총장의 임기를 보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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