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대북정책조정감독그룹(TCOG)회의에서 제시한 대화조건의 완화는 대화를 통한 북핵 문제해결 방침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 같다. 미국은 북한이 핵 포기 의사만 밝히면 그 방법을 논의하기 위해 북한과 대화하겠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미국은 북한의 우라늄 농축계획을 겨냥하여 검증 가능한 방법으로 핵무기 개발 계획을 폐기할 때까지 북한과 대화하지 않겠다는 완강한 입장을 견지해왔다.문제해결의 방향을 놓고 미국의 생각이 달라진 것은 아니지만, 접근방법에서 보다 유연한 자세변화를 보인 것은 분명하다. 때맞춰 부시 미국대통령도 북한을 침공할 의사가 없음을 거듭 밝히면서 대화를 강조했다. 북한과의 대화에 초점을 맞춘 전향적 조치이다. 미국의 자세변화는 북미대화를 원하는 한국의 조야와 중국 러시아 등 주변국 분위기를 수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제 북한이 응답할 차례이다. 미국이 제시한 대화재개 방법을 북한이 어떻게 판단하느냐는 북한 당국의 몫이다. 작년 10월 농축우라늄 문제로 북미대화가 깨진 이후 북한은 미국과의 직접대화를 요구해왔다. 심지어 해외주재 대사들을 통해 국제사회가 미국의 대화참여에 영향력을 행사해 줄 것을 요청하기까지 했다. 따라서 북한이 핵개발 포기를 통해 국제사회 동참 의사가 있다면 대화에 응하는 것이 순리라고 생각한다. 불가침조약 등 수반되는 이슈는 대화에서 논의될 수 있을 것이다.
핵 포기 의사가 확실하다면 북한이 새로운 동북아 질서에서 그들의 길을 개척해 갈 여지는 폭이 넓어지고 있다. 곧 집권할 노무현 새 정부가 제시한 10대 국정과제에 한반도 평화체제와 동북아 경제중심 국가 건설이 우선순위에 있다. 이는 남북협력을 염두에 둔 정책이다. 북한이 잘 생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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