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테니스의 희망 이형택(27·삼성증권)이 세계 랭킹 10위인 미국의 앤디 로딕(20)을 꺾는 파란을 연출했다.이형택은 8일 호주 시드니에서 열린 남자프로테니스(ATP)투어 아디다스 인터내셔널(총상금 38만달러) 단식 2회전에서 '천적' 로딕을 2시간 15분만에 2―0(7―6 7―5)으로 힘겹게 따돌리고 2년연속 8강에 올랐다. 세계 랭킹 85위인 이형택은 2001년 미 휴스턴에서 열린 클레이코트 선수권대회 결승에서 로딕과 처음 만난 뒤 지금까지 5차례 대결, 모두 무릎을 꿇었으나 5전6기끝에 첫승을 거뒀다. 이형택이 세계랭킹 톱 10이내에 드는 선수를 꺾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형택은 2000년 US오픈 2회전에서 당시 세계랭킹 11위였던 프랑코 스퀼라리(아르헨티니)를 물리친 적은 있으나 톱10에 오른 선수를 이긴 경우는 없었다.
이형택은 9일 톱시드인 전 US오픈 챔피언 마라트 사핀(23·러시아)과 4강 진출을 진출을 다툰다. 세계랭킹 3위인 사핀은 2000년 US오픈에서 미국의 피트 샘프러스를 꺾고 우승한 러시아의 강호다.
이형택은 이날 로딕을 맞아 초반에는 고전했지만 과감한 플레이로 맞서 이변을 엮어냈다. 로딕은 샘프러스의 뒤를 잇는 미국 테니스의 차세대 주자. 1m85의 장신에서 뿜어 나오는 대포알 서비스와 강력한 스트로크가 위력적이다.
이형택은 첫 세트에서 로딕의 파워에 밀려 4―5로 뒤졌다. 하지만 공격적인 네트 플레이로 맞서며 로딕의 서비스 게임을 잇따라 잡아내 역전의 발판을 만든 뒤 7―6로 이겼다.
2세트에서는 이형택이 0―1로 지고 있는 상황에서 비가 내려 경기가 일시 중단됐다. 강풍이 몰아치는 가운데 속개된 경기에서 이형택은 3―5로 몰렸다. 하지만 상대의 서비스 게임을 따내 6―5로 전세를 뒤집은 뒤 자신의 서비스 게임을 이겨 대어를 낚았다.
주원홍 삼성증권감독은 "객관적으로 사핀이 한수위이다. 이형택이 부담없이 경기를 펼친다면 좋은 결과를 얻을수도 있을 것이다"고 예상했다.
/박진용기자 hub@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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