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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 성장동력을 찾아서](6)글로벌 유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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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 성장동력을 찾아서](6)글로벌 유통

입력
2003.01.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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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오후 중국 상하이 취양로(曲陽路) 번화가에 자리한 이마이더(易買得) 상하이점 매장. 바로 신세계 이마트가 중국에 처음 연 할인점이다. 6층 건물의 1층 전부를 사용하는 1,600평 매장은 걸어다니기가 힘들 정도로 인파로 꽉 차 있었다. 고객 입장에서는 짜증이 날만도 하건만 모두들 즐거운 표정으로 쇼핑에 여념이 없다. 건축 설계사라는 주앙홍(庄紅·30·여)씨는 "상품이 다양하고 저렴한데다 상품 진열 방식이 쇼핑에 편해 자주 찾는다"며 "김희선 같은 한국 연예인들이 입는 옷이 더 많았으면 좋겠다"고 활짝 웃는다.1997년 2월 1일 문을 연 이마트 상하이점은 한국 유통업계의 모험적 시도였다. 개점에 투자된 자본은 총 510만달러로 당시 환율로 약 45억원 수준이었다. 비슷한 규모의 국내 점포 개장 비용 350억∼400억원에 비하면 8분의 1에 불과한 액수다. 하지만 한국형 유통이 해외에서 성공할 수 있을지는 유통업계에서도 회의적이었다.

그후 6년이 지난 지금 이마트는 국내에서 쌓은 노하우에 중국 현지화 전략을 효과적으로 접목, 프랑스계인 까르푸와 독일계인 메트로 같은 다국적 유통업체에 한치도 뒤지지 않는 맞상대를 하고 있다. 현재 상하이의 63개 할인점 중 평당 매출액에서 5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이마트는 중국내 할인점 업계에서 단일 점포만으로 흑자를 내는 유일한 할인점이기도 하다. 이로 인해 이마트는 중국 유통업계는 물론이고 다국적 유통업계의 경계 대상 1호이자 벤치마킹 대상으로 꼽히고 있다.

유통은 첨단 부가치산업 유통은 '굴뚝 없는 고부가가치 미래 산업'이다. 선진 유통은 매장 설비 및 관리, 마케팅 전략, 물류 시스템, 상품 소싱, 협력사 관리, 수납시스템, 고객 관리·분석 등이 복합된 종합 시스템 산업이다. 소비자 취향을 분석해 새로운 소비 수요를 창출하고, 첨단 구매 시스템과 물류·배송 시스템에 따라 양질의 상품을 적기·적시에 공급하는 첨단 소프트웨어 산업이다.

고도의 고객·상품 관리 능력을 요구하는 만큼 유통은 다른 분야에 비해 부가가치가 높다. 한 예로 국내에서 2,500평 규모의 할인점 한 개를 신설할 때 투자비는 약 400억원. 하지만 연간 2,000억원의 매출에 약 350억원의 순이익(평균 매출액의 17% 정도)을 내기 때문에 1년이면 투자비 전액을 고스란히 회수할 수 있다. 그야말로 알짜배기 사업인 셈이다. 이런 투자 매력 때문에 국내에선 해마다 40여개 점포가 문을 연다. 전문가들은 할인점 수가 300개로 포화 상태에 이르는 내년 초부터는 유통도 해외로 진출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글로벌 시장에 도전한다 글로벌 유통의 당위성은 바로 경쟁력에 있다. 한국 유통산업은 세계가 놀랄 정도로 빠른 시일 안에 강하게 성장했다. 특히 1997년에 닥친 외환 위기는 한국 유통산업의 위기이자 기회였다. 유통시장이 개방된 1996년을 기점으로 국내에는 까르푸를 비롯해 월마트(이상 96년), 영국 테스코(97년) 등 유수 기업들이 물밀듯이 쏟아져 들어왔다.

다국적 유통업체들은 한국 시장에서 기대만큼의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한국형으로 맞선 이마트 등 토종업체들의 특화 전략에 밀려 시장을 휘어 잡지 못했다. 반면 국내 업체들은 선진 노하우를 빠르게 흡수해 한국 특유의 유통 노하우를 창출하는 데 성공했다. 이를 바탕으로 이제 한국 유통업계는 국내 시장 수성을 뛰어 넘어 아시아에서 네번째 유통 대전이 펼쳐지는 중국 대륙을 향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2005년 자국 유통 시장을 전면 개방한다. 이에 맞춰 까르푸를 비롯해 월마트, 메트로, 로터스 등 다국적 기업들이 일시에 중국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이마트도 지난해 11월 중국 구백(九百)과 함께 상해이매득초시유한공사(上海易買得超市有限公司)를 설립, 2010년까지 총 4억달러(4,800억원)을 투자해 상하이, 톈진, 베이징 등 중국 전역에 40개 점포망을 구축키로 합의했다. 이를 위해 올해 2개점을 포함해 2005년까지 상하이에만 5개 점포를 출점한다.

유통업의 해외진출은 파급효과가 엄청나다. 할인점의 경우 한 개 점포에서 취급하는 품목 수는 무려 4만5,000개. 따라서 한국의 유통업체가 중국에서 전국 점포망을 구축했을 경우 국내 기업들의 상품 판매 루트가 그 만큼 커진다고 보면 된다.

이마트 상하이점의 김선민 지점장은 "중국 상하이에만 이마트가 최소 6∼7개 정도의 점포망을 구축해도 중국 진출을 계획하고 있는 한국 중소 제조업체들에게 기본적인 판매 루트를 확보해 주는 효과가 생긴다"고 말했다.

또한 글로벌 유통은 물류 기지의 양적·질적 확대를 동반해 동북아 물류 전초기지로서 한반도의 위상도 함께 높여줄 전망이다. 이제 글로벌 유통은 세계화 시대를 앞두고 있는 우리 경제의 피할 수 없는 선택이자 생존 조건이 됐다.

/상하이=송영웅기자 herosong@hk.co.kr

■철저한 현지화·업체연구·정부지원 유통 해외진출 성공 "3열쇠"

유통 전문가들은 이제 한국 유통 산업이 해외로 진출해야 할 시기라고 입을 모은다. 한국경제의 미래 좌표가 동북아 물류중심국가라고 한다면 유통이 단연 첨병이 돼야 하기 때문이다.

국내 유통시장이 외국업체에도 문을 연 것은 채 10년이 안된다. 그 동안 국내 토종업체들은 월마트, 까르푸, 코스트코 등 유수 다국적 유통업체들과 치열한 시장 쟁탈전을 벌였다. 그리고 경쟁은 아직도 진행 중에 있다.

그 치열한 경쟁을 통해 국내 유통업체는 글로벌 시장에 도전할 수 있는 경쟁력을 상당부분 갖추었다는 것이 업계의 평가이다.

영국계 유통 전문기업인 테스코와 삼성물산이 합작해 운영하는 삼성테스코 홈플러스는 지난해 테스코 본사로부터 전세계 매장의 상품관리 시스템을 새롭게 구축하는 초대형 프로젝트 연구를 떠맡았다.

테스코 본사는 홈플러스의 경영 성과와 한국의 IT 기술력 및 역량을 높이 평가, 전세계 1,000여개 테스코 매장에 들어갈 핵심 시스템 개발을 한국에 맡긴 것이다. 우리 업계의 글로벌 경쟁력이 결코 과장이 아님을 입증하는 사례이다.

유통의 해외진출은 1∼2년 안에 국내 유통시장이 포화 상태에 이른다는 업계 여건도 감안한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글로벌 유통에 대한 정부의 관심과 지원, 그리고 유통업체들의 글로벌 마인드가 선결돼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유통은 기본적으로 현지 국가, 국민들을 집적 상대하는 밀착 서비스 산업이다.

따라서 국내에서처럼 한국적 정서만으로 접근해서 실패하기 십상이다. 철저한 현지화와 그에 따른 업체의 연구, 정부의 지원이 3위 일체를 이뤄야 한다는 것이다.

숙명여대 서용구 교수(경영학부)는 "국내 유통 업종 중 TV홈쇼핑과 할인점은 해외에서 다국적 기업들과 경쟁할 수 있을 정도의 경쟁력을 갖췄다"며 "그러나 아직 글로벌 유통을 할 수 있을 정도의 맨 파워와 인재 풀이 미흡한 게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서 교수는 "유통이 해외에 진출하면 국내 제조업체의 현지 진출이 용이해지고 동북아 물류 기지로서 한국의 위상도 함께 높아진다"며 "따라서 새 정부는 세제 등 각종 제도적 지원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여대 한동철 교수(경영학과)는 "글로벌 유통, 특히 중국으로의 진출은 많은 위험 부담에도 불구하고 이제는 적극적으로 시도해야 할 시기가 됐다"며 "중국은 우리와 문화적 동질성을 갖고 있어 외국계 유통업체들과 대등한 경쟁을 펼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송영웅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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