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 부실' 의 직격탄을 맞고 증시에서 '찬밥' 신세로 전락한 유통·금융주가 기지개를 펼 날은 언제일까. 지난해 하반기 가계대출 부실과 이에 따른 소비심리 둔화로 급락세를 보였던 유통·금융주가 연초 반등 국면에서도 여전히 약세를 보이고 있다. 현대백화점 주가는 연말 1만9,100원에서 8일 1만8,250원으로 떨어졌고, 대구백화점 신세계 등도 연초 랠리에서 소외되는 양상이다. 국민은행, 외환카드 등 은행·카드주도 가계 부실 악재에 여전히 발목이 잡혀 주가가 연말 수준에서 헤매고 있다. 전문가들은 세계 경기가 본격 회복될 2분기 말까지는 유통·금융주의 상승 모멘텀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조심스러운 분석을 내놓고 있다.■유통 하반기 이후 회복 전망
유통업체의 경기 전망은 극히 불투명하다. 올 1분기 소매유통업 경기전망지수는 85로 전분기(112)보다 크게 낮아졌다. 롯데백화점과 신세계의 지난달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4.0∼14.5% 가량 감소한 것으로 추정된다. 고속 성장을 질주하던 할인점 매출 증가율도 둔화하고 있다. 홈쇼핑도 내수 위축과 시청가구수 증가 둔화로 성장세가 꺾일 전망이다.
대우증권은 8일 현대백화점의 지난해 4분기 실적이 둔화하고 올 1분기에도 큰 폭의 개선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투자의견을 '중립'으로 유지했다. 남옥진 연구원은 "올해 실적을 기준으로 한 주가수익비율(PER)이 시장 평균보다 낮은 4.1배로 저평가돼 있지만, 국내외 경기회복 지연과 북핵 문제 등이 해결되지 않고 있어 당분간 소비심리의 반등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현대백화점 카드를 포함한 신용카드 연체율이 계속 증가하고 있고, 증시침체와 부동산 가격 하락으로 소비자들의 자산소득이 감소한 것도 불안 요인이다. 신세계 역시 올 상반기까지 상승 모멘텀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다만 주가가 실적에 비해 저평가돼 있는 만큼, 저가 매수의 기회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신영증권 김태준 연구원은 "소비심리 위축에 따른 매출 감소 우려로 과매도 국면에 있지만, 실생활 관련 매출이 많은 이마트를 보유하고 있어 실적 감소는 크지 않을 것"이라며 저가 매수를 고려해야 할 시점이라고 조언했다.
■카드사 연체액 20조 육박
은행업종 지수는 지난해 3월 895를 기록하며 순항했으나, 가계 연체율 문제가 부각되면서 연말 600 초반까지 급락했다. 하지만 걸림돌이던 가계 부실 문제가 은행들이 감내할 만한 수준이라는 분석이 확산되면서 650선까지 회복됐다. 꾸준히 늘어나던 연체율이 상반기 중 안정될 것으로 분석되는데다 은행 대형화를 통한 수익성 제고 주가 하락폭 과대 등도 은행주가 상승세로 돌아설 것이라는 근거로 제시되고 있다.
메리츠증권 구경회 연구원은 "연체율 상승의 가장 큰 이유는 은행들의 대출심사 강화에 따른 신용경색"이라며 "이는 경기 둔화로 인한 부실 증가와는 거리가 멀어 신용대란 가능성은 낮다"고 분석했다. 그는 "올해 은행들의 순이익이 전년 대비 21% 증가할 것으로 보이는 점도 긍정적"이라며 "올 1분기에 주가가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반면 가계대출 우려가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데다 합병 은행들이 인원정리 등을 통해 비용측면에서 효과를 거둘 수 있는지가 여전히 미지수라는 지적도 있다. 굿모닝신한증권 정의석 부장은 "증시가 활황을 보이지 않는다면 은행주가 자체 모멘텀을 갖기 어렵다"며 "1분기까지 합병에 따른 시너지 효과 여부, 가계 부실의 실적 반영 등을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카드주 전망은 더욱 불투명하다. 지난해 말 9조630억원을 기록한 카드사의 총 연체금액은 올해 말 약 32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추정된다. LG투자증권 이준재 연구원은 "1개월 미만 연체채권 중 장기로 대환된 여신을 감안하면 카드사의 연체금액은 이미 20조원에 육박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당분간 연체율 진정과 수익성 회복을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므로 보수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고재학기자 goindo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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