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초반의 외국계 금융회사 이사인 A씨는 요즘 아침마다 가족과 직원들에게 이모티콘으로 휴대폰 문자 메시지를 보내는 것으로 하루 일과를 시작한다. 휴대폰, 메신저, 인터넷 등을 '신세대들의 노리개' 정도로 생각했던 그는 대선 후 '인터넷 파워'가 새삼 화제가 되자 시대 흐름을 따라잡기 위해 생활패턴을 바꾼 것.■'네티즌세대 문화 따라잡기' 한창
네티즌의 위세가 부각된 대통령선거가 마무리된 후 네티즌문화로부터 소외감을 실감한 50대들이 이들의 문화 따라잡기에 열성이다. 일부는 50대의 소외현상이 5년 전 IMF사태와 같은 대규모 실직사태로 이어지지 않을까 전전긍긍하며 자기계발에 힘을 쏟기 시작했다.
50대 초반의 모 벤처회사 사장은 최근 최신유행음악으로 휴대폰 컬러링을 바꿨고, 인터넷 메신저를 통해 사원들에게 업무지시를 시작했다. "사원들의 반응이 무척 좋았다"는 그는 "업무 방해 1순위로 꼽았던 메신저가 유용한 사무수단이 될지는 상상하지도 못했던 일"이라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복잡한 컴퓨터 작업을 비서에게 맡겼던 중년층도 본격적으로 컴퓨터 학습에 나섰다. 강남이나 종로 일대 컴퓨터 학원에는 직장인을 위한 별도 강의가 개설될 정도다. 회사원 Y(52)씨는 "컴퓨터를 모를 경우 후배들로부터 무시당하고 인사고과에서도 불이익을 당할 게 뻔하다"며 소프트웨어 관련 강의수강을 시작했다.
■실력 쌓기 위해 학원으로
실력으로 젊은층과 당당히 경쟁하려는 열기도 있다. 강남일대 영어학원에는 새벽, 야간 가릴 것 없이 수강생 절반 이상이 50대 전후의 중년남성이다. 노량진 공인중개사 고시학원은 이달부터 50대 중심의 직장인 200명을 상대로 한 야간반 2개를 따로 편성했을 정도. Y영어학원 관계자는 "젊은층이 토익 등 시험 위주로 공부하는데 반해 어학연수 경험이 없는 중년층은 발음 문제를 향상시키기 위해 회화 수업에 몰린다"며 "결석률이 제로에 가까울 정도로 열기가 높은 편"이라고 전했다. 공인중개사 학원에 다니는 대기업 부장 김모(52)씨도 "자격증이 얼마나 쓸모 있을지는 확신할 수 없지만 구조조정에 대한 불안감으로 지푸라기라도 잡자는 심정으로 시작했다"고 말했다.
■"사회적 안전장치 마련해야"
이직(移職) 및 창업에 열을 올리는 중년층도 많다. FC(주)창업코리아 강병오 (姜丙五) 대표는 "학원을 다녀도 답답함을 해소하지 못한 50대들의 하소연 전화가 매일 50여통이나 걸려온다"며 "이직 컨설턴트 인터넷 사이트도 급증하고 있다"고 전했다. 고려대 안호용(安浩龍·사회학) 교수는 "대선과정에서 젊은층을 위주로 한 인터넷 파워가 현실화하면서 50대 전후의 중년층이 불안감에 떨고 있다는 방증"이라며 "사회적인 안전장치를 하루빨리 마련해 IMF사태와 같이 중년층이 상실감을 느끼지 않도록 배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원수기자 nobleliar@hk.co.kr 고성호기자 sung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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