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스포츠와 돈]비즈니스맨 선수, 스포츠맨 구단주?
알림

[스포츠와 돈]비즈니스맨 선수, 스포츠맨 구단주?

입력
2003.01.09 00:00
0 0

운동선수에게 국내 프로리그는 몇 년만 잘하면 20대에 대통령 연봉보다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곳으로 변했다. 3대 리그에서 뛰는 웬만한 주전급은 대통령연봉 1억4,468만원 보다 많이 받고 있고 3배 이상 받는 선수도 이미 나왔다. 굳이 먼 나라까지 안가더라도 한국에서 평생 먹고 살 돈 정도는 충분히 벌 수 있는 곳이 국내 프로리그다. 고액연봉 선수는 아직 우수한 소수에 한정되어 별 것 아니라고 할 지 모르지만 프로리그의 구조상 최고연봉이 올라가면 보통선수의 평균연봉도 보조를 맞춰 올라가기 마련이다. 본능적으로 남에게 지기 싫어하는 프로선수이지만 누가 기록적인 금액의 연봉계약을 체결하면 그것을 시기하기보다는 진심으로 축하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그 선수보다 잘하면 자신도 그만한 돈을 요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고연봉 선수는 계약 다음 해 부진한 경우가 많고 그때는 그 연봉이 다른 선수 호가의 기준이 된다.국내 프로리그가 운동선수에게 기회의 사업장으로 바뀐 데는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우선은 국내선수의 해외진출이 물꼬를 트면서 이를 억제하기 위해 프로야구에서 먼저 마련한 자유계약선수(FA)제도가 가장 큰 요인이다. 그 과정에서 프로야구 선수가 한 목소리를 내면서 선수권리를 어느 정도 확보하게 되었고 여파가 다른 종목에도 파급됐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5년간 총액 20억원이나 연간 4억5,000만원 등은 외국리그에 진출하는 선수나 받을 수 있는 돈이었지만 지금은 국내 프로구단의 얘기다. 프로선수가 직장인이라기보다 개인사업가의 성격이 강하다는 측면에서 보면 이들은 IMF 위기를 가장 단기간에 극복한 훌륭한 비즈니스맨이라는 생각이 든다.

프로선수에게 연봉을 지급하는 구단은 계열사의 도움이 없으면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적자다. 계열사 지원을 뺀 적자규모는 종목에 따라 평균적으로 매년 서울 시내에 위치한 빌딩 한 채 값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꾸준한 투자로 얻는 건 있겠지만 외국리그의 구단처럼 눈에 보이는 이익은 아직 없다. 특히 주변에서 중시하는 기업이미지나 인지도가 지원사의 매출증가에 얼마나 기여했는지 알 수 없다. 또 축구의 월드컵 4강, 야구의 올림픽 3위 등의 성적은 적자임에도 불구하고 폐쇄하지 않고 꾸준히 운영해온 국내 프로리그가 큰 기여를 했겠지만 구단 이익과는 무관하다. 전세계 모든 프로구단이 영리목적의 사업체라는 측면에서 보면 국내 프로리그의 구단주들은 모험심 강한 벤처사업가 아니면 스포츠를 너무 사랑하는 스포츠맨이라는 생각이 든다.

/정희윤·(주)케이보스대표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