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당선자측의 재벌개혁 기류에 초긴장하고 있는 재계가 당선자 및 주변 참모와의 채널 구축을 암중모색하는 등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7일 재계에 따르면 그룹 구조조정본부 해체 유도, 상속·증여세 완전 포괄주의 전환, 공정거래위원회 조사권 강화 등 차기 정부의 재벌정책이 예상보다 강경 기조로 흐르자 주요 대기업들이 바짝 긴장하며 지연과 학연을 총동원,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등과의 교감을 시도하고 있다.■무용지물 된 기존 대정부 로비망
삼성, LG, SK그룹 등 주요 대기업들은 노 정권의 등장으로 지난 수십년간 구축해 놓은 정치권력과 연결하는 인맥이 거의 쓸모없어진 것으로 보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인수위에 포진한 노 당선자의 경제참모가 연령이나 경력, 성향 등에서 이전과는 완전히 판이하다"며 "5년전 한나라당에서 민주당으로 정권이 교체됐을 때보다 훨씬 더 막막하다"고 말했다. 그는 "권력 핵심이 70대에서 60대를 거치지 않고 순식간에 50대로 넘어가면서, 60대 인사 위주로 구축됐던 현재의 대 정치권 인맥이 기능을 상실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주요 대기업들은 모든 연고를 총동원, 인수위에 참여한 경제참모 등과의 새로운 연결채널 구축에 돌입했다. 대기업들은 또 인수위 참여 인사들이 시민단체 활동가이거나 비주류 교수 일색으로 이들에 대해 파악된 정보가 거의 없어 이들이 쓴 책이나 신문 기고문 등을 검색해 성향을 간접적으로 파악하고 있다. 재계의 또다른 관계자는 "지푸라기라도 잡아보자는 심정으로 인수위 주변에 무작정 직원을 파견해 주변 정보 획득을 시도 중"이라고 말했다.
■뭉쳐야 산다
끊어진 '선잇기 작업'과 함께 재계는 노 당선자와의 자연스런 만남을 통해 교감을 확대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실제로 대한상공회의소는 기업인들이 노 당선자로부터 재벌개혁을 비롯한 기업정책을 듣고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간담회를 준비중이다. 상의 관계자는 "박용성 회장이 지난달 31일 경제5단체장의 노 당선자 면담 때 간담회 개최를 요청했으며, 23일이나 24일께 개최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재계는 또한 빈약한 정보를 공유하고, 차기 정부의 재벌정책 입안 과정에서 이익을 최대한 지키기 위해서는 공동대응이 필요하다고 판단, 이달 중순부터 총수들이 머리를 맞댈 수 있는 회의를 잇따라 준비하고 있다.
전경련 관계자는 "19일 미국 하와이에서 총수들이 대거 참여하는 '한미 재계회의'가, 28일에는 신년 상견례 형식으로 전경련 회장단 회의가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기업 총수들에게 현재 가장 민감하고 우려되는 사안은 차기정부의 재벌개혁 방향"이라며 "총수들이 모이면 자연스럽게 새 정권의 재벌개혁에 대응할 재계의 지혜가 모아지기 마련이기 때문에 28일 회장단 회의가 끝난 뒤 발표문 형식으로 차기 정부 재벌정책에 대한 입장표명이 나올 수도 있다"고 전했다.
/조철환기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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