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盧武鉉) 대통령 당선자가 일반인과 사우나를 함께 하고 행사에서 90도로 절을 하는 등 탈(脫) 권위적 파격행보를 계속하고 있다.노 당선자는 6일 저녁 서울 평창동 포 포인트 쉐라톤 호텔에서 가진 민주당 선대위 만찬 모임에서 간부 의원들에게 90도로 몸을 숙여 깍듯이 절했다. 선거 과정에서 발벗고 도와준 데 대한 감사의 표시였다.
노 당선자는 악수를 한 뒤 기립해 기다리던 의원들에게 "악수도 했는데 서 있을 필요 없다"며 먼저 앉을 것을 권했다. 그는 이날 호텔 커피숍에서 인수위 김진표(金振杓) 부위원장으로부터 긴급보고를 받느라 예정보다 50분 가량 늦게 되자 사람을 보내 "먼저 식사를 시작하라"고 권하기도 했다. 김 부위원장의 보고도 1층 커피숍 일반 룸에서 경호요원을 최소화한 채 이뤄져 격식 파괴 행보를 여실히 보여줬다.
노 당선자는 만찬장에서 "새로운 정치를 하자고 개혁하는 마당에 작은 일부터 바꾸자"면서 "내가 올 때까지 기다리지 말고 식사도 먼저 하시고 바쁜 사람은 먼저 일어나셔도 된다"고 편안한 분위기를 유도했다. 실제로 이날 모임에 참석했던 김원기(金元基) 정치개혁특위위원장과 신기남(辛基南) 천정배(千正培) 추미애(秋美愛) 이강래(李康來) 의원은 오후 8시30∼50분 사이 차례로 자리를 떴다. 정동영(鄭東泳) 이미경(李美卿) 의원은 2시간 가량 늦게 참석했다. 대통령 당선자와의 공식 모임에서 의원들이 늦게 나타나거나 먼저 자리를 뜨는 것은 과거엔 거의 없던 일이다.
노 당선자는 최근 며칠간 서울 모 호텔 사우나를 3차례나 찾았다. "경호상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경호실측이 반대했으나 노 당선자는 "일반 국민과 최소한의 접촉은 유지할 수 있도록 경호 문화를 바꿨으면 좋겠다"고 변화를 주문했다. 경호요원들은 혼자 탕에 들어간 노 당선자를 밖에서 외곽 경호할 수밖에 없었다.
노 당선자는 또 정대철(鄭大哲) 전선대위원장과 김 위원장 등 정치 선배들이 경어를 쓰거나 영접을 나가면 "이러시지 말라"고 제지하면서 거꾸로 90도 인사를 해 상대방을 당혹케 하기도 한다. "너무 격식을 차리는 것은 오히려 나를 외롭게 만드는 일"이라며 자연스런 관계를 주문했다. 이러한 노 당선자의 격식파괴 행동에 대해 일부에서는 지나친 파격은 오히려 상대방에게 부담을 주고 대통령 권위를 손상할 수도 있다고 우려하기도 한다. 그러나 노 당선자는 "권위주의 문화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발상의 전환을 강조했다.
/배성규기자 veg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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