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이 넘는 오랜 기간 전세계 게임 시장을 주도해 온 일본에서 외국산 게임의 판매량은 거의 미미한 수준이다. 예컨대 지난 연말 비디오게임 판매순위 50위권 내에 든 게임은 '해리포터'를 제외하고 전부가 일본제품이었다. 따라서 상대적으로 기술력이 부족한 한국 개발사가 일본 게임시장에 진출해 성공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로 여겨졌다. 그러나 최근 이렇게 굳게 닫힌 문을 조금씩 열기 시작한 회사들이 등장, 게임시장에서의 극일(克日)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그라비티와 씨드나인엔터테인먼트, CCR 등이 그 주인공. 이들 업체들은 일본 게임과 화려한 그래픽으로 맞대결하기보다는 일본 젊은이들의 문화 코드인 '캐릭터'를 강조하고 그동안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아이디어를 추가해 틈새 시장을 뚫는 데 성공했다.■그라비티의 '라그나로크'
그라비티의 온라인 게임 라그나로크는 지난해 12월 1일 일본에서 상용화한 이후 1년간 무료로 이용했던 이용자의 대부분이 유료서비스로 전환해 화제가 됐다. 유료화 첫날에만 10만6,000명이 유료로 전환했으며 동시 접속자수도 4만8,000명을 기록했다. 이 수는 지속적으로 늘어 지난 연말 유료회원 20만, 동시접속자수 5만5,000명을 돌파했다. 동시접속자 2만명을 기록중인 리니지에 비해 훨씬 큰 성공이다. 그라비티 관계자는 "지난해 11월 처음 일본에 진출하면서 별도의 마케팅 활동을 벌이지 않았으나, 현지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동인 모임을 만들고 '라그페스'(라그나로크 페스티벌)라는 행사를 개최하는 등 적극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말했다.
■씨드나인 엔터테인먼트의 '토막'
화분에 여신의 '목'을 심어 기른다는 엽기적인 설정으로 화제가 된 연애육성시뮬레이션 게임 '토막'은 2001년 국내에서 PC용 게임으로 판매됐으나 불법 복제품이 퍼져 실제 판매량은 매우 저조했다. 그러나 엉뚱하게도 이 작품이 연애 게임의 본고장 일본에서 입소문을 타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한국에서 캐릭터도 독특하고 아이디어도 신선한 게임이 나왔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일본에서 밀수입하기 시작한 것. 이를 알게 된 씨드나인 엔터테인먼트는 그해 일본판 '토막'을 정식으로 발매, 2만장을 팔았다. 또 PC보다 게임기로 게임을 즐기는 데 더 익숙한 일본 게이머들을 위해 플레이스테이션2용으로 다시 제작, 지난해 12월 19일 일본 전역에서 발매했다.
■CCR의 '포트리스2'
CCR은 지난해말 일본 내 '포트리스2 블루'의 유료화를 단행했다. 2001년 10월부터 일본에서 시범 서비스를 시작한 '포트리스2블루'는 41만 회원과 8,500명의 동시접속자수를 기록했으며, 올해 3월까지 3만명의 유료 회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1주일 동안 1만명의 유료 회원이 가입하는 등 순조로운 출발을 보이고 있다. CCR 일본사업팀의 박상수 팀장은 포트리스2블루가 "귀여운 탱크 캐릭터와 단순하지만 독특한 게임 방식 덕에 일본에서도 인기를 얻고 있다"고 말했다.
/최진주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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